15일 입당 앞두고 당 안팎서 '검증' 별러… 총선 지휘할 '리더십' 문제도 제기될 듯
  • ▲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였다. 황 전 총리 입당 하루 전인 14일 당 안팎에서는 그의 입당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왔다.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이 유력해지면서 당 내부에서는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 전 총리가 '검증'을 넘어서기 위해 넘어야 할 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친박(親朴) 프레임 어떻게 벗어날까? 

    황교안 전 총리가 안정된 정치 궤적을 그리기 위해 해결할 과제는 자신에게 투영된 '친박(친박근혜)' 꼬리표를 떼는 것이다. 당대표 출마에 뜻을 두었다면 더욱 시급한 문제다. 

    정치권은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황 전 총리는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데, 친박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정 계파로 분류될 경우 "황 전 총리가 당권은 커녕 여의도 정가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당 밖에서 그를 친박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를 친박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전 총리가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해묵은 계파 갈등으로 '계파 정치 알레르기'가 생긴 한국당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월에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계파 정치를 종식하겠다'고 선언한 나경원 의원이 상대 후보인 김학용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나 의원의 당선은 사실상 '계파 정치에 대한 비토' 였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김학용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황 전 총리가 특정 계파의 꼬리표를 달고 나와서는 당내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다. 일부 당권 주자들은 일찌감치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 출신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견제에 들어갔다.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 정권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고 탄핵소추당할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라면서 그를 비판했다. 

    황 전 총리가 '본인은 친박인가'라는 질문에 얼마나 설득력있게 친박이 아닌가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 탄핵 책임론 피해갈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탄핵 책임론' 프레임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황 전 총리 등판에 여야 정치권은 "탄핵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반성하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황교안 탄핵 책임론'이 훨씬 거세다.  

    같은당 홍문종 의원도 이날 라디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당이 굉장히 어려울 때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은 "황교안 전 총리가 직접 탄핵서에 서명한 사람 아닌가"라면서 "탄핵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황 전 총리를 친박이나 탄핵 책임자로 몰아가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당내 의견도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당 안에서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탄핵 이야기가 곧 한국당 이야기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당에서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당권주자들이) 서로 흠집을 내기 시작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좌파가 좋아하는 일만 하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황 전 총리의 이력과 관련 "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고 총리까지 지냈다면 오히려 국정운영 능력 검증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더 검증할 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 청문회를 통해 인사 검증도 끝났고, 국정 운영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 리더십의 문제 : 총선 지휘할 수 있나?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출마 생각이 있다면, 확실한 당내 장악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달 하순에 치러질 한국당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할 차기 당대표는 112명의 한국당 의원들을 이끌고 2020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국회 경력이 없다. 당장 총선을 치뤄본 적이 없는 황 전 총리가 총선을 진두지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전 총리 입장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선수도 없고 원외 출신의 황 전 총리가 선출직인 당내 의원들의 텃세를 버텨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가까운 예로 홍준표 전 대표는 2017년 전당대회서 73%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원외에 있어 원내 지도부와 마찰이 자주 발생했다.

    일부 당권 주자들 일찌감치 '총선지휘를 이끌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견제에 나섰다.

    한 당권 주자는 "홍준표 전 대표도 국회의원 몇 번을 지내고 당대표가 됐지만, 원외 대표다 보니 원내 의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당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황 전 총리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처럼 정치를 너무 순수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입당으로 생기는 여파, 계파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당내 기류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