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前대법원장 '구속' 가능성 낮은 이유 3가지

도주·증거인멸 우려↓ 수사자료 증거 인정 여부도 미지수…檢 이번주 구속영장 청구할 듯

김동우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1.14 18:13:38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청구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후배 법관들 앞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신문)를 받는 전직 대법원장이 된다.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가능성도 낮게 점쳤다.

양승태, 직권남용 등 26개 혐의 대부분 부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팀장)은 14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불러 2차 피의자신문을 하고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4시간30분가량 1차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건의 직권남용을 비롯해 공무상 비밀 누설,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특가법상 국고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 총 26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한 일이라 잘 모른다”며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자기들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저는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날을 포함해 1~2회 추가 조사 이후 이르면 이번주 내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전면부인하는 만큼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의 정점인 만큼 구속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연말까지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90%를 넘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율도 25%에 그쳤다.

檢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실적 '미흡'…법조계, 양승태 영장 발부 가능성↓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성립요건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으로 도주의 우려가 적은 데다 이미 증거수집이 상당부분 이뤄져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검찰이 제시하는 내부문건과 진술조서 등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을 입증할 증거로 인정받을지도 미지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담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을 확보했다. 또 김앤장 독대문건과 양 전 대법원장의 서명이 있는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 등을 갖고 있다.

지난달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 일부에 연루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검찰로서는 '악재'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한 구속영장을 대부분 기각해왔다”며 “혐의 입증에 대한 법리다툼은 있겠지만 전직 대법원장으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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