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임원 '간첩 혐의' 기소되자 이튿날 해고… 폴란드, 화웨이 퇴출 고민
  • ▲ 中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화웨이가 폴란드 당국에 간첩혐의로 검거된 자사 임원을 해고했다. 폴란드 정부는 그러나 자국에서 화웨이의 퇴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화웨이의 ‘꼬리 자르기’가 오히려 폴란드의 화를 돋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TVP> 등 폴란드 언론은 화웨이의 중·북부유럽 영업이사 왕웨이징과, 현지 통신사 ‘오렌지 폴스카’에 근무하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이 간첩혐의로 방첩기관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측은 12일 “왕웨이징은 우리 회사와 관련이 없다”며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 측은 왕웨이징 해고 소식을 알리며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현지 법률을 준수하며, 이를 어긴 직원에게는 이번과 같은 강력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화웨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언론사는 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를 인용해 “화웨이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이 25%나 되고, 화웨이가 세계적으로 구축한 판매 네트워크의 4대 핵심국 중 하나가 폴란드"라며 “왕웨이징은 이곳에서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제품과 기술을 판매해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왕웨이징과 함께 기소된 폴란드인이 근무했던 ‘오렌지 폴스카’는 T모바일과 함께 폴란드에서 4G(LTE) 통신망을 구축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화웨이와 함께 5G 시범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폴란드 “공공기관부터 화웨이 퇴출…관련 법률 제정할 수도”

    이처럼 왕웨이징이 폴란드에서 했던 일들은 화웨이의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면 지시할 수 없는 사안들이임에도 회사 측이 그와의 연관성을 부인하자 외신들은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당국도 화웨이의 행태에 적잖게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13일 “폴란드 정부가 화웨이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요하임 브루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이 12일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화웨이의 5G 장비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놔둘 것인지, 규제할 것인지 공동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었다.

    로이터 통신이 인터뷰한 폴란드 당국자는 화웨이 제품 퇴출문제를 언급한 뒤 “우리는 시민이나 기업들에 ‘어느 기업 제품을 쓰지 말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서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법률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 현재 중국 관영매체들은 폴란드 당국을 “미국의 하수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대응은 폴란드 당국의 마음을 되돌리기는커녕 화웨이의 퇴출을 앞당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