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항소심] 檢 "김재정, MB재산관리인"… 권영미 "재산상황 보고·설명한 적 없어"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항소심 첫번째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항소심 첫번째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권영미 전 홍은프레닝 대표가 11일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서 "남편 김재정이 물려준 재산은 내 것이 맞고 내가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정 씨는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일 뿐"이라는 검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권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 씨의 부인이다.

    권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권 전 대표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제승완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했다.

    "상속재산은 내 것"…'다스 실소유' 판결 근거인 검찰진술도 "취지와 달라"

    검은색 정장차림에 묵주를 들고 증인석에 앉은 권 전 대표는 김재정 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권 전 대표는 "보유 중인 재산에 대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느냐. 재산 중 일부를 누구에게 줘야 한다고 들은 바가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권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향후 생계를 물어봤다는 등의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도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정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권 전 대표가 향후 생계를 이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는 것과, 이 전 대통령이 이병모를 통해 도와주겠다고 한 진술을 근거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권 전 대표는 "장례식장에서 대통령에게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한 것은 남편과 이 전 대통령이 친동생 이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대통령의 존재가 저를 보호해준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남편 김재정 씨가 사업을 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모아뒀고, 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넉넉하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재산 충분해…MB에 금전적 도움 요청 사실 없어"

    권씨는 "남편 사후에는 상속받은 내역을 확인했고, 생전에도 구체적이진 않지만 남편이 돈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내가 쓸 돈 정도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권 전 대표는 남편의 장례식에 대해 증언하면서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권 전 대표는 "생전에 김재정 씨가 이 전 대통령에게 재산상황을 보고하거나 설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재산을 관리한다고 한 것은 영포빌딩 등 3개 빌딩의 월세를 받거나 사람 필요하면 고용하거나 하는 일에 대해 관리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김재정 씨가 관리하던 장부에 권 전 대표의 사인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이 장부들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서 사용된 금전 내역을 정리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권 전 대표는 "구체적인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 일부 혐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檢, 다시 정리해라"

    재판부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원칙을 위배해 1심에서 공소기각 처리된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산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 검찰에 "절차를 다시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분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혐의만 따로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 전체를 환송하는 등 재판이 이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예단이나 편견 등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등 기타 물건을 첨부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측근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하고 싶지는 않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1심 선고 이후 항소심에서 증인 22명을 신청했고 이 중 15명이 채택됐다. 지난 9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됐으나 이 전 부회장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무산됐다. 오는 23일과 25일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30일에는 강경호 다스 사장, 다음달 8일과 13일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MB, 2차 공판 뒤 호송차 안에서 측근 향해 '쾅쾅쾅' 유리창 두드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한 뒤 구치소로 돌아가면서 자유한국당 이재오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등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이 탄 호송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자 차 유리창을 수 차례 두드리며 응답했다. 호송차는 피고인의 초상권 보호차원에서 차량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도록 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호송차가 법원 정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소리가 나도록 유리창을 두드렸다고 한다. 측근들이 검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상황에서 법정까지 나온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것 같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