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00,000,000,000원 쓰면서…‘킬체인’ 용어 뺀 정부

국방중기계획 발표… 2023년까지 방위력 개선 94조… 여군·간부 예산 많아 '가분수' 지적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1.11 18:32:44
▲ 20104년 3월 당시 군이 공개한 '킬체인' 개념도. ⓒ뉴데일리 DB.
국방부가 11일 ‘2019~2023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소요될 예산은 270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방위력 개선에는 9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176조6000억원은 현재 전력 유지와 장병 인건비, 교육비, 의식주 비용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대북 억지력을 의미하는 용어를 폐기했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보이면 예방적 선제 대응하는 ‘킬체인’과, 받은 것 이상 돌려준다는 ‘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함해 일컫는 ‘3축체계’라는 용어는 '핵·WMD 위협 대응'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핵심 군사능력 확보' '군 구조 개편 필수전력 확보' 등과 묶어 ‘전략적 억제 능력’이라고 순화해 설명했다.

핵·WMD 위협 대응을 위해서는 군 정찰위성, 중·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미사일,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탄도탄 작전통제소 개량,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알려진 ‘철매Ⅱ’ 성능 개량, 고위력 미사일 확보, 대형 수송 헬기 성능개량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 방어력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 전력을 보강하겠다며 대포병 탐지 레이더-Ⅱ, 230mm 다연장 로켓 전력화와 함께 정밀유도무기를 소요 대비 85%까지 확충하고, 데이터통신 능력을 대폭 보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한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 구조 개혁에 맞춰 차륜형 장갑차, 한국형 구축함(KDDX), 상륙기동헬기, 한국형 전투기(F-X) 등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 맞는 전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외에도 굴절 총기, AN/PVS-15와 유사한 형태의 야간투시경,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등을 도입해 대테러부대 등 특수부대 전력을 증강하고, 의무후송 헬기, 대형 수송함을 전력화해 재외국민 보호와 재난·재해시 인도적 구호작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270조 예산 가운데 인적자원부문에 176조 투입

전투시 필수적인 수리부속품 확보, 탄약저장시설 현대화와 함께 과학화 훈련장 조성, 소대급 마일즈(MILES, 레이저를 이용한 모의전투체계) 장비 보급과 더불어 교육훈련 강화를 통해 ‘전쟁지속능력’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33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경상운영비 176조6000억원 가운데 68조8000억원은 복무기간 단축, 징집인원 부족으로 인한 병력 감축에 대응해 ‘전투에 효율적인 인력구조’로 만드는 데 사용한다. 간부 비율을 높이면서 특히 중간계급 비중을 키우고, 비전투부대에서는 민간인 활용 비중을 높이며, 예비군 정예화를 통해 ‘전투에 효율적인 인력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예비군은 과학화 훈련 실시, 훈련용 물자·장비 보강, 동원예비군 지급비용 인상을 통해 정예화한다.
▲ 2017년 8월 충남 천안에서 수해복구에 투입된 장병들. 국방부는 중기계획에서 "병사들을 불필요한 작업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4008억 원을 쓴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기에 수해복구나 농촌 등의 대민지원이 포함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병 인권·복지·근무여건 개선에는 33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세부적으로는 군내 범죄 발생시 변호사 지원,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등 ‘장병 인권보호’에 240억원, 병사 월급을 2022년까지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데 10조1374억원, 군 의료체계 개편에 8911억원, 전투복 품질과 급식 개선, 생활관 현대화 등 장병 의식주 환경 개선에 9조5117억원을 쓴다. 또한 병사를 대신해 작업할 민간인력 고용에 4008억원, 어린이집 확대 등 여군 근무여건 개선에 2706억원을 투입한다.

‘킬체인’ 등 용어 폐기, 병사 중심 부족, 예산절감 아쉬워

국방부는 이날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국방개혁 의지를 토대로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를 조기에 구현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을 지난 10년간 평균증가율 4.9%보다 훨씬 높은 7.5%로 잡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당 재원을 “재정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계획된 자금이 매년 국방예산에 차질 없이 반영돼 편성되도록 노력해서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중기계획을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띈다. 먼저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 한국형 미사일 방어계획까지 포함한 ‘3축체계’라는 단어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점은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냐”는 비판을 초래했다.

170조원이 넘는 경상운영비 가운데 33조9000억원을 병사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하나 전체 병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병사들 한 사람당 사용될 예산규모는 간부에 비해 턱없이 적다. 단적인 예가 1만 명을 조금 넘는 여군을 위해 쓰는 예산이 2706억원, 국방개혁 이후 병사 대 간부 비율을 6대4로 만들기 위해 68조8000억원을 쓴다는 대목이다.

병사들을 불필요한 작업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민간인력을 고용하는 데 4008억원을 쓴다는 것도, 예산규모로 보면 일상의 작업을 대체하는 것일 뿐 재난·재해나 농번기에 ‘대민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군인들이 불려나가는 것을 대체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재정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도 답답하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부터 언론·시민사회단체까지 군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주로 일부 군 조직이나 인사가 예산을 낭비하거나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현상을 지적한다. 국방예산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뒤집어 불필요한 지출부터 줄여야 보다 빠르고 더 나은 국방개혁이 가능하다는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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