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권 도전 주호영 "좌파에 빼앗긴 보수가치 黨단합으로 찾아야… TK 견인이 시작"
  •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권은 보수를 토벌하려고 한다. ‘20년 집권론’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새는 두 날개로 난다. 이렇게 가면 나라 전체가 불행해진다.”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로 꼽히는 주호영 의원(4선·대구 수성을)을 지난 9일 만났다. 주 의원은 ‘적폐몰이’의 광기(狂氣)부터 얘기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잇단 수감, 삼권분립의 무시, 청와대와 여당에 여전한 운동권적 사고 그리고 ‘20년 집권론’까지…. 주 의원이 보기에 정권이 생각하는 적폐는 보수의 가치 전체다. 

    그가 당권 경쟁에 나서는 이유 역시 명확하다. 보수를 폐(廢)하려는 정권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답은 당의 단합이다. 

    “당의 단합을 이끌 차기 당대표는 지금껏 특정 계파에 분류된 적이 없고 계파 활동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민주적이지 않은 공천의 피해를 가장 극심하게 받은 사람으로서 당을 화합시키고,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낼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주 의원은 “보수의 주요 가치인 자유와 인권 수호의 역할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권이 진보의 가치가 되지 않았는가” 되물었다. 

    “지금까지 보수는 사회안전망을 설치하는데 소홀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복지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없었다. 예컨대 여성 인권 신장의 문제도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인데 그동안 등한시한 게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보수의 가치가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의 진단과 답변은 어쩌면 ‘원론’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가감 없이 밝힌 자신의 정치 역정과 보수정당의 실패에 대한 절절한 분석은, ‘원론’을 현 정부에 대한 예리한 공격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부 당권 주자들에 대한 주 의원의 태도 역시 단호했다. 

    “당 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당을 맡겠다고 하는 건 퇴보다. 대선에 마음이 쏠린 사람이 당대표가 되는 것도 당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탄핵 이후 오랜만에 재결집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에 대한 그의 평가. 

    “무너졌다면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수 지지층은 대구·경북이 가장 많다. 대구·경북을 이끌 리더십이 없으면 보수를 견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지도부에 TK를 이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인사가 TK를 이끌긴 어렵다.”

    주 의원은 TK와 보수를 이끌 적임자로 자신을 지목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이유다. 

    다음은 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 안팎에서 '보수 통합' 목소리가 들린다. 대구 지역 민심은 어떤가.

    "TK(대구·경북)도 통합을 바란다. 실제 지역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재인 정권이 너무 나라를 잘못 끌고 가고 있다. 보수가 뭉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합치면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보수 통합은 어떤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수도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하나로 뭉치는 게 쉽지 않지만,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뭉쳐야 한다. 다만 통합은 전체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이고 극우적인 모습을 보이는 진영과 결합해 중도 국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통합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우 세력이 태극기 세력을 의미하나? 

    "태극기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보수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세력을 의미한다. 서로 자기주장만 고집하면 통합은 어렵다. 또 정당 모두 서로 다른 입장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통합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로의 통합이든 정당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연합이든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총선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보수가 다시 분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TK 자민련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다. 예단할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다고 해도 보수 진영이 분열 쪽으로 방향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가 분열하면 가는 길을 뻔하다. 정치 공학으로 계산한다면 후유증이 걱정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석방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70세가 다 되어가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상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정리한 '탄핵백서'를 발간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탄핵의 진상과 과정은 정리할 필요가 있지만, 헌정사적으로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다뤄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탄핵 사태를 정리하는 건 정쟁만 야기할 뿐이다. 객관적인 정리가 불가능하다면 역사에 맡겨야 한다. 탄핵이란 상처는 백서를 만든다고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전당대회가 2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자천·타천으로 많은 당권 주자들이 거론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대표를 세우는 것이다. 친박과 비박이 한참 싸우던 시절에도 의원들이 나를 중립성향의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할 사람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지만, 당 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당을 맡겠다고 하는 건 퇴보다. 대선에 마음이 쏠린 사람이 당대표가 되는 것도 당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지도체제와 상관없이 대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

    -다음 당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다음 지도부의 과제는 당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국민으로부터 최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 승리할 테고 보수의 재집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생각인가. 

    "보수정당이 실패한 것은 구호와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낡은 것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대변화를 수용해 개혁하는 길을 걸어야 보수가 산다. 우리 당은 그동안 시대변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공동체를 위한 자기 헌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족했다."
  •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수가 읽지 못한 시대변화는 무엇인가. 

    "진짜 보수는 자유와 인권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보수는 소위 사회 안전망을 설치하는 데 소홀했다.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복지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인권이 진보의 가치가 되지 않았나. 여성 인권 신장의 문제도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인데 그동안 등한시했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보수의 가치가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우선 당의 단합이 필요하다."

    -당의 단합을 위한 방안이 궁금하다. 

    "단합을 위한 필수 요소는 민주적 당 운영이다. 민주적 당 운영이라는 말에는 투명한 공천까지 포함돼 있다. 우리 당이 분열된 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특정 계파의 사람들을 공천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정당부터가 권력을 멋대로 사용하면서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세워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집권해야 한다."

    -선호하는 공천안이 있나.

    "원칙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대우하는 상향식 공천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100% 상향식 공천은 신입과 국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들어 올 수 있는 문이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국회는 외교관, 군인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한다. 상향식 공천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략공천의) 문을 열어놓으면 그 문에서 자꾸 사고가 난다. 전략공천을 10%라도 하면 그 10% 안에서 문제가 생겼다. 20대 공천도 87% 상향식 공천을 했지만, 전략공천 10% 때문에 도장 들고 나르샤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할 경우에는 공천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이 사람이 공천을 왜 받았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비례의원 역시 국민의 몫이지 개인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나. 

    "국민 지지기반도 없으면서 높은 당 지지율에 편승해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빨대만 들고 오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 지참금이라는 표현을 쓰니 이상하지만, 지참금을 가져올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NGO 리더, 전문가가 인정한 전문가 등 역량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보수 정권이 그동안 고위 관료 위주로 공천한 것도 문제라고 본다."

    -차세대 보수 지도자 그룹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지도자가 너무 부족하다. 청년의 장래성, 가치관 등 사람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청년단체 리더를 했거나 학생회장 출신이라면 대충 보고도 데려오니까 실수가 되풀이된다. 그동안 청년 몫으로 지도자를 데려오기도 했지만, 정작 리더급으로 성장한 사람이 없다. 앞으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당권 주자로서 주호영 의원의 강점은 무엇인가. 

    "무너졌다면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수 지지층은 대구·경북이 가장 많다. 대구·경북을 이끌 리더십이 없으면 보수를 견인하기 어렵다. 나경원 원내지도부에 TK를 이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인사가 TK를 이끌긴 쉽지 않다."

  •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달라.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가 안보 문제다. 안보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한미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일방적인 친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기업인과 재벌을 적대시하면서 반(反)경제, 반(反)시장으로 가는 것도 걱정된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책 수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은 속도조절이라고 하더니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상황이 절망스럽다. 권력의 도덕성 문제, 적폐청산을 명분 삼아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가 무력화되는 상황까지 속이 타들어 간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국가 해체 수준에 들어갔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자리인 대법원장을 코드인사로 앉힌 것은 헌법이 삼권 분립을 명시한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새 에너지 수급 계획이 없는데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원전이 중단돼 천 억 원 손해가 난 것도 국가 해체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전환을 꾀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운동권 사고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하던데, 청년 시절 운동권들은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선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운동권 사고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꽉 막힌 정국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협치밖에 없다.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 자리 나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견제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유럽의회처럼 날밤을 새워서라도 토론을 해야 한다. 국회가 회의장에 들어가 싸우다 끝나는 소모전은 그만하고,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지점을 찾아야 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같은 형태의 협치를 추구하나.

    "그렇다. 물론 논의 기구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가짐이다. 정치 공학적 계산을 배제하고 국가의 이익이 무언인가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여야의 관계가 좁혀질 것이라고 본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실험이다."

    ◎주호영 의원 프로필 

    주호영 의원은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장판사를 지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광역시 수성구을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대 총선까지 연거푸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주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에서 요직을 거친 TK(대구·경북) 지역 대표 정치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에서 원내부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다. 새누리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는 등 4선 고지를 달성하는 동안 당 주요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특임장관을 지내면서 청와대 국회 간 가교 역할을 했다. 당시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극심해지던 때였지만 주 의원이 정무 역할을 수행하며 화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대 당시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바른정당에 합류해 범비박계로 불기도 하지만, 주로 계파색이 없는 '중도·개혁파'로 분류된다.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주 의원은 2017년 11월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