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장 조치 없자 백원우 비서관이 직접 전화" 조선일보 보도에 "형사고소 할 것"
  • ▲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0일자 '조선일보'의 '백원우, 김기춘·김무성 첩보 경찰 이첩 지시' 기사가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백 비서관은 이날 민정수석비서관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 보도에 관해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선일보의 기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이 입수한 민간기업 관련 첩보를 백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은 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2017년 김무성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가깝다고 알려진 해운회사 관련 비위 첩보 보고서를 올렸다"며 "특감반장은 추가조치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백원우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해 자료를 넘겼다"고 말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민정비서관실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백 비서관의 이 같은 지시 의혹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이 타 조직의 민간인 첩보를 인지하고 이를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민간인 첩보는 대부분 폐기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를 민간인에 대한 수사정보로 활용한 셈이다. 민정비서관은 조국 민정수석실 산하의 최선임 격이다.

    김 수사관은 2017년 8월23일 제보를 토대로 '해수부 공직자, 정치인 관련 해운업 비리 첩보'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2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T해운 대표의 부친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무성 의원 등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 이를 이용해 해수부 공직자를 압박해 포항~울릉 간 여객운송사업자 면허 취득 등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취지였다.

    김 수사관은 보고서에서 'T해운이 2013년 9월 여객운송사업자 면허를 발급받을 당시, 회사 대표의 부친과 김기춘 당시 청와대비서실장의 친분을 이용해 청와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해양수산부 등에 면허 발급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썼다.

    조국 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실 '월권' 논란

    해당 보고서는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작성됐지만 묻힐 사안이었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제보 내용을 이 반장에게 보고했더니 '보고서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며 "다만 보고서를 받아본 이 반장은 그냥 놔두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백 비서관이 이 반장에게 "해당 첩보를 왜 이첩하지 않느냐"고 전화했고, 이에 따라 관련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비서관은 이후 민정비서관실 소속 윤모 경정을 통해 이 사건의 처리 경과를 챙긴 것으로 안다고 김 수사관은 전했다.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직후인 지난 2017년 9월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된 윤 경정은 작년 8월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 비서관이 다른 부서의 첩보를 어떻게 인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첩보 사항을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는 지적이다. 과거 민주당 재선 의원을 지낸 백 비서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감찰반장에게 전화하거나 경찰에 이첩을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정비서관실은 또 "감찰반장 역시 해당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김태우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첩보를 감찰반장에게 보고하였으나 첩보 내용의 신빙성, 업무범위 등을 고려하여 중단시켰다"며 "공무원의 비위 혐의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했다.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한국당 "文정권 야당 사찰, 후안무치… 특검 미룰 수 없어"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0일 "문재인 정권이 정의와 도덕을 이야기하면서 하지 않겠다고 한 짓을 골고루 다 하고 있다. 사찰정권, 조작정권, 위선정권을 넘어 후안무치한 게 아닌가"라며 "한마디로 야당 탄압이고 야당 정치인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해당 야당 정치인(김무성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있다"라며 "결국 이러한 정권이 정의, 도덕을 이야기하면서 하지 않겠다고 한 짓은 골고루 다 한 게 나타났다"라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과 관련해 "누누이 말했지만 우리가 그동안 차고 넘치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제는 특검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다른 야당과 공조발의는 물론 특검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서 특검을 통해 낱낱이 사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혀 사실 아냐… 靑 월권·불법사찰, 엄중 처벌해야"

    김무성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포항~울릉 간 여객운송사업자 면허 취득과 관련해 해당 사업자나 사업 내용 등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다"며 "만약 청와대가 근거 없는 민간인 첩보로 월권행위를 하고 열심히 기업활동을 하는 분들을 불법사찰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관련 당사자들은 그에 상당하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범위에 대한 의문도 확산됐다. 청와대 직제상 민정비서관실 업무는 국정에 대한 여론 수렴과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다. 하지만 민정비서관실은 지난해 9월 세월호 사고 당시 구두경고를 받은 해양경찰청 소속 A 간부를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해경의 상훈(賞勳) 담당 직원을 불러 컴퓨터·휴대전화까지 조사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비위 첩보 처리에도 관여했다. 민정비서관실이 금융 관련 업무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으로 지난해 허익범 특검의 조사까지 받은 인물이다. 백 비서관은 지난해 3월 말 드루킹 사건의 주범 김모 씨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와 청와대에서 직접 만나 면담했다. 당시 김씨의 인사청탁에 백 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정수석실이 일찌감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