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평화·정의, '연동형 비례제' 외치곤 있지만…

3당 대표 연일 한 목소리… 여론도, 거대 양당도 모두 "글쎄"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1.08 17:25:24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린 '민생이 정치다 : 사회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바른미래당이 연동형 비례제로 의석 몇 개나 늘릴 수 있겠습니까. 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하는 것은 잘못된 민생구조를 바꾸자는 겁니다. 민심 그대로의 민주주의가 제도화돼야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돼 국회가 내 목소리를 정확하게 대변할 때 지긋지긋한 대결 정치 대신 정책개발, 개혁입법에 힘쓰는 국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생을 살피는 신뢰받는 국회가 되기 위해 3당이 똘똘 뭉칠 것입니다."(이정미 정의당 대표)

"대통령 하나가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또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3당 대표들은 8일 바른미래당의 싱크탱크 바른미래연구원이 주최한 '민생이 정치다 : 사회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3당 대표·원내대표의 개회사, 인사말에만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김태우·신재민 사건으로 청와대의 권력집중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경제 무능, 민생 악화를 비판하고 '양당 기득권 철폐',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민주주의 실현' 등으로 이어지는 수순은 이번에도 한결같았다. 이들 3당은 지난 27일에도 손을 맞잡고 국회·신촌을 순회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홍보한 바 있다.

이날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는 국회가 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인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5당 합의를 해놓고선 합의가 아니라 '검토를 합의했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며 "도무지 이 사람들이 나라와 민생을 생각하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으니까 늘리면 안 된다? 이럴 때 여당이 예산 총액 다 정해놓고, 세비 줄이고 보좌관수 줄이겠다고 왜 나서지 못하느냐"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안정적인 다당제 국회를 만드는 것이 민생을 제대로 보살피는 일"이라면서도 "많은 분들이 의원 정수 늘리는 문제가 국민 불신 때문에 안 된다는 반대를 하고 있는데 국민이 왜 국회를 불신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당과 다수당을 선악구도로 나눠 양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나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자아비판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급기야 정 대표는 "국회의원 300명 대신 (국민 중) 무작위로 300명을 추출해 시민의 집단 지성으로 선거제 개혁안을 만들자"며 "개혁안을 대통령이 국회에 회부, 결정은 국회가 해서 민주공화국 100년의 가장 경이적 업적을 이뤄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다. 이들이 무슨 말을 꺼내도 마지막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연결됐다. 이른바 '기승전연'이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린 '민생이 정치다 : 사회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한 당이 정당 득표율을 10% 확보하면 현 300석 중 10%인 30석을 받는다. 지역구에서 30인 미만이 당선될 경우 나머지 숫자를 비례대표로 메우는 식이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의석수를 초과할 경우가 발생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전체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다른 당에 의석이 추가 배분되면서 필연적으로 의원 정수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 국회 정개특위는 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360석으로 20% 확대하자는 권고안을 확정했다.

사표 방지 및 비례성·대표성 강화라는 장점에도 많은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바른미래연구원이 의뢰,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현재 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예산을 늘리지 않고 의원 정수를 확대할 경우'에 대한 응답으로 '늘어서는 안 된다'가 60%를 기록했다.

반면 '늘어도 된다'는 24.7%였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 대상·응답률 13.4%·표본오차±3.1%p 95% 신뢰수준·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체 예산을 동결하더라도 의원 정수는 늘리면 안 된다는 국민 의견이 과반을 상회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사실상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양당의 입장을 차치하고라도,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착되면 민생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삶이 바뀐다'는 3당의 논리를 국민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일부 비례대표의 적절성, 대표성에 대한 자격 시비가 매해 불거지고 있어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야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부평을 시작으로 판교, 여의도, 부산, 강남, 광주 등 전국을 돌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선다. 푸드트럭을 개조해 '손다방'(손학규 다방)이라는 이름의 이동식 카페를 만들어 연동형 비례제가 생소한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와 이 대표도 "정개특위 권고를 수용하라"며 끊임없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건 3당이 국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굳이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을 어떻게 최종 합의로 이끌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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