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날치기' 방지 위해 도입할 땐 동의하더니… "협치 정신 망각했다" 비판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선진화법에 의한 의사결정구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개정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야당의 반대로 민생 법안 처리에 발목이 잡힌다는 뜻이지만, 민주당이 의석 수 제1당인 집권 여당이 되자 기존에 합의한 '협치' 정신을 잊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유치원 3법' 처리에서도 봤지만 의원 한 명, 정당 한 곳이 반대하면 과반수가 넘어도 통과시킬 수 없었다"며 "국회 선진화법을 저희가 어떻게 다시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내용들을 보완해 개정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도록 한 법안으로 2012년 도입됐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시절이었다. 지난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 역시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 개정으로 몸싸움은 많이 없어졌지만 문제는 민생이나 중요한 입법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거나 상임위원회에서 의원 한 명만 반대해도 어떤 것도 처리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결함이 드러났다"며 "대표적인 게 패스트트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우리 당 최재성 의원이 60일 이내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래서 그 법안을 여야가 논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명의 법사위원이 반대하면 사실상 거의 폐기처분되는 이런 상황을 저희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개혁입법연대' 탄생·'선진화법 180석' 수정 가능성

    당초 홍 원내대표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조한 '협치' 정신에 공감을 표해왔으면서도, 이날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다수당에 '힘'이 실리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 수는 지난달 입당 의사를 밝힌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더해지면 131석으로 늘어난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석 수는 최근 이군현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으로 112석이 됐다.

    민주당이 친여 성향인 민주평화당(14석)·정의당(5석)·민중당(1석)과 손을 잡으면 총 151석의 거대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홍 원내대표의 희망대로 국회선진화법이 수정되면 한바탕 의원들 간 몸싸움 속에서 다수당의 '날치기'가 재현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5분의 3 (180석) 이상이 동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2분의 1 (150명)로 고치면 가능해진다.

    민주, '사회주의 개헌안' 처리 넘보나

    또한 민주당이 개혁입법연대를 규합할 의도에 일각에서는 또 다른 분석이 제기된다. 개헌안 처리를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개혁입법연대는 개헌안 발의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150명)를 넘는다.

    민주당이 가칭 수준인 개혁입법연대를 공식화하고, 여기에 '캐스팅보트'인 바른미래당(29석)을 설득해 힘을 합치면 180석이 된다. 여기에 무소속 의원과 한국당 일부 소장파 의원까지 회유하면 개헌안 의결 요건(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사회주의 개헌안' 논란을 빚었던 청와대 발 개헌안을 언젠간 다시 처리해야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 등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잇단 폭로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일 요구하고 있는 상임위 소집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국정조사든 특별검사든 제가 그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할 생각은 없다. 상임위 소집 요구는 간사에게 이임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또 정쟁의 장을 위한, 그리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상임위를 열어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