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녘 ‘신년사’의 공통점을 찬찬히 뜯어보니...‘북녘의 핵포기’ 없는 평화는 위장·위선일 뿐
  • 李 竹 / 時事論評家

      기해년(己亥年) 벽두부터 남녘과 북녘의 ‘신년사’(新年辭)가 화제다. 북녘 사정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녘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호사가(好事家)들의 입을 바쁘게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어떻게, 얼마나 했냐가 비교의 대상이 되어 언론에 오르내린다. 방송을 어찌 했는지도 그렇다. 허나 그래도 가장 큰 관심사는 그 ‘사’(辭)의 내용일 수밖에.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남녘과 북녘의 ‘신년사’에서 매우 유사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양측 모두 ‘먹고 사는’ 문제가 간단치 않은 듯하다.

      북녘이야 70년 간 계속된 “이밥에 고깃국, 기와집” 타령 유(類)의 약속과 다짐이 올해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걸 내뱉는 입과 단어들은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남녘도 “함께 잘 사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 사는 사회로 가는 첫해로 만들어 보겠습니다”는 굳건한 결의를 보였다.
      글쎄다. “그건 인류 역사상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항문 깊은 분들의 지적도 만만치 않은 걸 보면, 내년 이맘 때 쯤에 다시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표현이야 달리 진화(進化)하겠지만...

      “산 입에 거미줄 치게 만들겠다”는 말씀들은 아닐 테니, 그러려니 넘어가자. 그런데 정작 크게 비슷한 건 남북 쌍방 간의 문제에 대한 시각과 해법이다.

      하루 먼저 북녘에서 힘차게 내뱉었다.
      “온 민족이 역사적 북남 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 이 구호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합니다.”

      화답이라도 하듯 그 다음날 남녘의 말씀이다.
      “새해에는 평화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북녘에서는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흔히 말하는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보다.

      남녘은 이렇게 말한다.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면, 평화가 번영을 이끄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남녘과 북녘 모두 “항구적 평화”를 아주 멋지게 외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북녘이 이른바 ‘비핵화 의지’라는 걸 앞세우며 지껄여댔다.
      저 말들이 거짓이던 진실이던 간에 깊은 분석까지도 필요 없다. 누가 봐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핵보유국이다”는 배짱일 뿐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그것도 이 땅 전부를 자신의 발밑에 두려는 복심(腹心)을 포기했다는 아무런 단서조차 없는 세습독재자가 핵무기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면...”이라는 모호한 가정(假定)을 되뇌는 것만으로 정녕 “평화가 번영을 이끄는 한반도”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으시는가. 그리고 하나만 더...

      이른바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 협정’은 쌍방 간 전쟁이 끝났다거나 앞으로 없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다. 막상 그런 관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 땅의 ‘국민’과 ‘백성’과 ‘인민’들 모두가 자유롭게 남과 북을 넘나들 수 있겠나? ‘수뇌 상봉’입네, ‘답방’(答訪)입네 하고 자기들만 오가지 말고...

      ‘종전(終戰) 선언’ 이후, 또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통상적인 국제 기준에 입각하여 남북 간 왕래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북녘 ‘신년사’의 ‘넥타이 정장’ 신사에게 묻겠다. 의향과 자신이 진정 있는가?
      남녘 ‘평화주의자’의 답을 요구한다. ‘자유왕래 보장’을 ‘핵보유국인 북녘’에 강제(强制)할 의지와 용기와 능력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못하다면, 서로가 ‘평화’를 입에 올리지 마라!

      저들이 내뱉는 ‘평화’가 이 땅의 ‘국민’과 ‘백성’과 ‘인민’들의 것일까? 아니다. 단지 그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연세세 누릴 걸 누리면서 두 발을 뻗고 밤잠을 편히 자고자 하는 특정 개인과 집단의 욕망을 나타내는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해야 맞다.
      결국, 그 ‘선언’과 ‘협정’은 ‘굴종(屈從)과 위장(僞裝)·위선(僞善)의 평화’를 한편에서는 구걸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보장받는 얄팍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평화’를 싫어하고 ‘전쟁’을 좋아할 이 나라 ‘국민’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겪었던 모든 전쟁이 다 악한 것이라면, 워싱턴 기념비나 링컨 기념관도 다 부셔버려야 할 것이고, 전쟁의 결과로 쟁취한 고귀한 유산인 모든 자유와 정의도 폐기해야만 한다. 따라서 평화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싸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그 누구든 동정을 살 가치가 없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저서[JAPAN INSIDE OUT]에서 가져 왔다.

      ‘평화’를 위한 위선과 굴종이 아닌, 자유와 정의를 위한 ‘평화’를 바라면서...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