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北과의 금융거래 차단 '블링크 액트' 등 연내 통과" 다짐
  • ▲ 지난 1일 신년사 하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일 신년사 하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년사 소식을 들은 뒤 “나도 그와의 만남을 고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美국무부는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공식 논평을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립 서비스’와 달리 북한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美전문가들은 2019년에도 북한 비핵화 협상은 쉽게 진척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간선거 이후 美하원을 움직이게 된 민주당은 대북금융제재 법안인 ‘리드 액트’와 ‘블링크 액트’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진척이 보이도록 트럼프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와 의원들 모두 2019년에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019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망 기사를 통해 美전문가들과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게리 세이모어 前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이 빠른 시일 안에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북한 비핵화 방식을 ‘포괄적 비핵화’로 할지 ‘단계적 비핵화’로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괄적 비핵화’는 미국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DV)’와 같은 것이고,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나 이행할 때마다 미국이 제재 완화와 같은 대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세이모어 前조정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실무협상 이전에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존 볼턴 NSC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조언을 받아들였지만 언제까지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면서 트럼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것도 2019년 美北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모어 前조정관은 2019년에도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미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계속 유예한다면 지금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두 나라가 과연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정도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김정은이 여기에 만족 못하고 다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상황을 참지 못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는 등 북한에 대립각을 세우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북한과 비핵화 목록 등 실무협의를”

  • ▲ 각료들과 회의 중인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각료들과 회의 중인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크 피츠패트릭 前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의미, 세부 조치, 검증 과정 등을 논의하는 실무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2차 美北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당시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체제 정당성만 인정해줬다”는 비판론이 제기된 바 있다.

    조셉 디트라니 前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상을 충분히 거쳐 북한이 비핵화 목록 신고서를 내놓고, 이어 2차 美北정상회담을 갖고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뤘음을 확인한 뒤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맺고, 美北 양측이 서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선언을 내놓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핵화 협상이 계속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 정황이 포착돼 美정치권에서 대북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때 트럼프 정부는 여론에 밀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넘어 ‘화염과 분노’ 정책, 즉 군사적 대치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만으로는 비핵화 협상 돌파구를 찾기 역부족”이라며 “중국에 대한 더 많은 접근과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美민주당 상원의원들 “세컨더리 보이콧 대북제재법 재추진”

    ‘미국의 소리’ 방송은 美의회의 시각도 전했다. 이에 따르면 美민주당은 3일(현지시간) 개원하는 116회 하원 회의에서 ‘리드 액트’와 ‘블링크 액트’ 통과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코리 가드너 美민주당 상원의원이 주도한 ‘리드 액트’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의 대북 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고, 크리스 밴 홀런 美민주당 상원의원이 주도한 ‘블링크 액트’는 북한과의 금융거래 차단에 초점을 맞춘 제재 법안이다. 이 두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에 대한 제재는 물론 북한과 거래한 주체에 대해서도 제재한다”는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리드 액트와 브링크 액트 모두 지난 회기 해당 위원회는 통과했지만 상원 본 회의 표결에 부쳐지지 못해 결국 폐기됐다”면서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과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올해 이 법안의 통과를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 지난해 美재무부가 공개한 북한과 제3국 선박의 석유불법환적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美재무부가 공개한 북한과 제3국 선박의 석유불법환적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드너 의원은 “미국은 아직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를 차단하지 않았는데 대북석유공급 차단은 대북압박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계속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는 동안 미국이 비핵화 조치를 기다려준다는 식의 접근법은 좋지 않다”며 “최근 폼페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인내’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미국은 계속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도 밝힌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에는 미국의 핵우산 철거도 포함된다”는 북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시다시피 북한은 비핵화를 실천할 생각이 없어 이들과의 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며 2차 美北정상회담 취소를 촉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이 ‘블링크 액트’를 처음 발의했을 때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무기는 물론 화학·생물학 무기를 해체한 이후에 재개해야 한다’는 ‘美의회의 인식’ 조항을 포함했었다”면서 “2019년 ‘브링크 액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美전문가·의회, 2019년 험난한 美北대화 예상

    이밖에도 밥 메넨데즈 美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대북정책 감독법안’을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2018년 6월에도 발의됐던 것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회에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의회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의 신년사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 일색인 한국 정부와 달리 美의회와 전문가들은 2019년 북한과의 대화가 2018년보다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