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리 퀴리' 김소향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 2019년 1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서 초연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9.01.02 09:58:10

"뭔가 더 있어. 멈출 수 없어. 알아낼거야. 좀 더 가보자. 여기에 있어. 새로운 원소. 아무도 모르는 작고 작은 세계."

2019년 1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김소향(38)이 읊조리는 대사다.

폴란드 바르샤바 태생의 '마리 퀴리'(1867~1934)는 폴로늄·라듐 최초 발견,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 노벨상 최초 중복 수상(1903·1911년), 여성 최초 파리 팡테옹 신전에 안장 등 수많은 '최초'의 업적을 남긴 위대한 과학자다.

김소향은 이미 '마타하리'와 현재 출연 중인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등 실존인물을 다룬 작품을 해왔지만 뮤지컬 '마리 퀴리'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는 전에 본 적 없었던 우울하고 예민한, 냉철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로에서 여성 타이틀의 대극장 작품은 '마리 퀴리'가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 흥미로웠고, 꼭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늘 웃고 사랑스러운 역을 많이 해서 밝은 이미지가 있는데, '마리 퀴리'를 하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겠구나' 기대가 컸고, 실제로도 많이 배웠어요."

'마리 퀴리'는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 뮤지컬이다. 방사성 원소 '라둠'을 발견한 과학자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에 좌절하지만 그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김소향은 실존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캐릭터 접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조사는 물론 실제 인물과 관련한 책,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대본이 시커매요. 과학 용어가 어려워 하나하나 뜻을 적어두고 외웠거든요. 이렇게까지 공부한 건 처음이에요. 인간적인 면에 치중할 것이냐, 과학자의 집념에 더 맞출 것인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죠. 혹시나 위인을 욕보일까봐 마음이 무거웠어요."

"마리의 엄청난 업적 뒤에 숨겨져 있는 아픔과 고뇌, 가치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면 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이루고자 했던 꿈,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열정, 고집 등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도 닮아 있어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리 퀴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자 창작뮤지컬을 기획·개발하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 선정작이다. 김현우의 섬세한 연출과 천세은 작가의 탄탄한 대본, 최종윤 작곡가의 풍성한 음악이 만나 천재 과학자의 이면을 농밀하게 표현해낸다.

김소향은 "대본 작업만 3주를 넘게 했어요.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하루를 다 소비할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했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죠. 초연인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재연, 삼연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창작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2주 공연이 짧아서 아쉬워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로맨스의 대상인 경우가 많았다면, '마리 퀴리'는 서사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이다. 김소향은 여성 서사, 남성 서사를 구분 짓기보다는 좋은 작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공연에 임해왔다. 하지만 이번만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친구들과 주변 여배우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브로드웨이는 여성극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치 않다 보니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공연 후 '마리 퀴리를 연기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관객이 여성이 주체가 되는 극에 목말라했는지 저조차도 몰랐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됐죠."

2001년 '가스펠'로 데뷔한 김소향은 '아이다', '웨딩싱어', '드림걸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다 2010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의 지지와 킴 역으로 출연했다. 올해 초 막을 내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 내한 공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견습생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연기했다.

'모차르트!', '맘마미아', '더 라스트 키스' 등 주로 대극장 무대에 서왔던 김소향에게 있어 2018년은 특별하다. 올해 뮤지컬 '스모크'를 시작으로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까지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며 남다른 소통을 이어갔다. 

"저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까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세요. 연기가 다른 걸 아니까 심리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2019년에도 대학로에서 여러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시스터 액트'는 끝이 아니에요. 앞으로 브로드웨이 도전은 계속됩니다."

[사진=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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