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장,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에너지기술평가원장도 '압박' 의혹… 野 특검법 착수
  • ▲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친야권 성향 인사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산하기관 임원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드러난 환경부를 시작으로 법률구조공단 전 이사장까지 '불명예 퇴진'을 호소하고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부당 사퇴 '미투' 파장이 일고 있다.

    올해 4월 임기를 1년가량 앞두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된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나한테 '사표 쓰라'는 대신 주변 사람들이 '법무부에서 사표 안 쓰냐고 하던데요'라고 했다"며 "문제가 아닌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법무부 차원에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헌 전 이사장은 특히 "지난해 7월 청와대·국무조정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공단으로 내려와 문 정부의 국정 운영과 부합하는지, 직원들이 적절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퇴임 사유가 된 '법무부 감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이사장 후임에는 좌파 성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교수가 임명됐다. 이 전 이사장은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취임 전까지 우파 성향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공동대표로 활동했었다.

    문화계·과학기술계 인사들도 '도중하차'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10월 임명된 류재림 전 영상자료원장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4월 중도 사퇴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류 전 원장은 "직접 사퇴 압력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말에 서울 마포경찰서 정보과와 총리실에서 몇 차례 나와 직원들을 면담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내 행동이 계속 언론에 노출된 것도 나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외부에서 압력을 넣은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과학 기술계에서는 박태현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황진택 전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 11명이 적게는 5개월, 많게는 2년 넘는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다. 김준영 전 경제인문사회연구원장 역시 3년 임기 중 1년11개월을 남기고 2017년 11월 사퇴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공공기관장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보면서 여러 감정이 스쳤다"면서 "1년 넘게 억울함을 풀기 위해 증거·정황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블랙리스트 문건 관련 특검법 준비

    한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및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 관련해 특별검사제 법안 발의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특검법안 발의를 지시해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사실상의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키로 했다.

    김태우 수사관은 지난해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의 지시로 공공기관 330곳의 고위 임원 가운데 친야권 성향 100명을 추려 감찰했고, 이 문서는 청와대 윗선에도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이제 중요한 것은 청와대 윗선까지가 어디인지, 김태우 수사관 말대로 이미 드러난 환경부 외에 어느 범위까지 광범위한 블랙리스트 작성이 이루어졌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검찰의 관련 수사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그 어떠한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