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실체없는 착공식"…김병준 "북핵 폐기없이는 공사못하는 참 희한한 착공식"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26일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자유한국당만 불참해 그 까닭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지도부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되는 착공식에 참석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아침 특별열차 편으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가 함께 북측 개성 판문역으로 출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빠졌다.

    "실체가 없는 착공식인데 수많은 정치인들이 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남북철도연결) 착공식이라 불리는 착수식에 많은 정치인들이 갔는데 이 착공식에 실체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이랬다. ‘남북철도연결 착공식’이라고 하는데 남북 어디서도 실제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공사 범위와 소요예산 추계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국회에 와서 설명한 정부 당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정부·여당의 ‘오만함’이라고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남북철도연결 착공식에 불참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북핵 폐기에 대한 언급이 없고, 2019년 남북협력기금 1조 원 가운데 65%의 사업 내역을 비공개로 지정하는 등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관련 예산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남북철도연결을 추진할) 법률적 근거가 없고, 남북관계 개선 속도와 북한의 비핵화 속도가 맞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는 계속 남북관계 개선만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건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지지율과 반대율이 하향 곡선에서 겹치는 현상)를 찍은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옆에 있던 원유철 의원도 “북핵 폐기 없는 남북협력사업은 실제 공사 없는 오늘 착공식처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상누각의 일회성 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김병준 “하락하는 文대통령 지지율 방어용”

    나 원내대표와 원 의원만 이런 지적을 한 것은 아니다. 이날 아침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남북철도연결 착공식을 가리켜 “실제로 공사를 시작할 수도 없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원히 공사를 못할 수도 있는, 참 희한한 착공식”이라며 “그야말로 ‘가불한 착공식’인 셈인데 국격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어 “통일부도 이번 착공식이 공사 개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남북협력 의지를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정도로 무늬만 착공식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착공식부터 가불한 이유가 뭐겠냐”고 묻고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최근 하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방어용이라고 지적한다”고 자답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북측 참석자도 비판했다. 리선권 北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가리켜 “우리 기업인과 장관을 모욕했던 리선권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이번 착공식에 북측 대표로 참석한다는데 이는 우리를 우습게 보는 일이며, 동시에 우리 국격과 국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비판은 사실 정부가 초래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여의도 분위기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개성 판문역 착공식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실제 남북철도연결 공사까지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설계만 해도 1~2년 걸린다”면서 “착공식 이후 실태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착공식’이 진짜 ‘착공식’이 아님을 시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