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하지 않은 시간을 임금으로 책정… 약정휴일 제외는 의미 없어"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은 포함하고,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 휴일시간은 제외하기로 정부가 24일 결정했다. 정·재계 모두 '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선택'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모두 제외하는 것으로 시행령·시행규칙안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초 개정안대로 시급 산정을 위한 시간과 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주휴시간과 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주휴시간까지 최저임금 산정 시간으로 포함하는 것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재계의 불만이 거셌기 때문이다. 

    최저임근 산정 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한다는 것은 법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공한 하루의 유급 휴일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업은 일주일에 15시간(하루에 3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하루의 유급휴일을 제공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하루의 유급휴일은 하루 8시간 근무한 것으로 셈하고 있다. 즉 정부 개정안은 근로자가 일하지 않은 8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처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부 시행령처럼 주유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포함할 경우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한 근로자의 실제 월 근로시간이 174시간에서 208.8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한 달 평균을 4.35 주로 계산한다. 

    정부도 이같은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수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시행령 개악 즉시 멈춰야"

    그러나 정계와 재계 등 곳곳에서는 정부의 수정안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정부가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기존의 주휴시간 포함 최저임금 산정 방침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는 약정휴일이 빠진 것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약정휴일은 기업창립일처럼 노사 합의 하에 쉬는 날을 의미한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약정휴일을 제외하기로 했다지만 기업의 약정휴일이 1년에 며칠이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경제와 민생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국무회의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계 애로를 감안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 허구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라며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면 기업은 고용을 더 줄이고 소상공인은 거리에 나 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시행령 개악을 즉각 멈추지 않으면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 저지는 한국당의 제1경제 비상조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 역시 "정부 최저임금 수정안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기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경영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