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취업특혜" 한겨레 보도 정면 부인… "국정조사 같이 받자" 역공에 與 수세로 몰려
  • ▲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본인의 딸 취업 특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자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본인의 딸 취업 특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자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딸 KT 특혜 취업 의혹 관련, 여야 간의 공방이 하루 단위로 업치락뒤치락이다. 지난 20일 종일 정치권을 달구던 '김성태의 딸' 화두가, 하루만에 '문재인의 아들'로 넘어갔다. 취업 특혜 관련 '국정조사'를 소재로,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여당에 한방 먹였다는 평가다. 여당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찌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은 대학 졸업 뒤 KT 비정규직으로 근무했고 2년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밤낮없이 노력해 당당히 합격했다. (한겨레 기사는) 완벽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딸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 연초부터 KT를 상대로 딸의 채용 인사기록을 추적했다. 내가 강력한 대여투쟁을 벌이니 제1야당의 원내대표와 가족을 사찰한 것이며,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터지자 물타기를 위해 치졸한 정치공작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문준용 거론되자 "국정조사 안해도 돼" 입장 바꿔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김성태 딸 의혹과 관련해 "그것도 전부 다 국정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채용비리는 어느 정권이 됐든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말했다.

    이에 김성태 전 대표는 "즉각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그 다음 발언이다. 김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취업 의혹도 함께 국정조사하자"고 돌연 역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국정조사나 청문회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불사할 수 있다. '혜경궁 김씨'를 무혐의·불기소 처분하면서까지 덮고자 했던 문준용 의혹도 함께 하자"고 받아쳤다.

    그러나 돌연 민주당은 입장을 선회했다. 갑자기 "국정조사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준용 건은, 지난 몇 년 간 때만 되면 한국당에서 물타기로 쓰는 소재"라며 "정쟁 위해 제기하는 문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 김성태 딸 의혹도 앞으로 사실 확인을 좀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청, 왜 저러나 이해 못해" 민주당서도 비판

    바로 전날 기자들 앞에서 '국정조사로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던 홍 원내대표가 이처럼 입장을 바꾸자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당 차원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김성태는 이러면 못받을 줄 알고 던진 것"이라며 "문준용 건도 더이상 떠들지 못하게 털자. 당청이 쩔쩔매며 애매하게 대응하니 저런 하수 정치에 계속 수모를 당하는 것"이라고 합동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왔지만, 민주당 내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은 모양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태 발언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며,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떳떳하다면 물귀신 작전 쓰지말고 당당히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생각, 문준용 의혹은 다양한 검증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인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지난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에 지원하며 제출한 사진과 이력서. ⓒ하태경 의원실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지난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에 지원하며 제출한 사진과 이력서. ⓒ하태경 의원실

    '문준용 특혜 의혹', 이재명 수사과정서 다시 볼거져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은 이미 정치권에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에 공채로 합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인데 이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제2의 정유라 사태'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던 이력서 사진 속 문준용씨의 모습이 일파만파 퍼지며 '특혜 증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대선 이후 잠잠했던 '문준용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수사 과정에서다. 문 대통령을 비하한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의 발표에 이 지사는 "문준용씨 취업 의혹도 같이 수사하자. 트위터 글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선 특혜채용의 허위 여부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결국 이재명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연이어 이번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의 딸 취업 의혹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준용이 진짜 뭔가 있는 것 아니냐", "정치판 만능 치트키"라는 수군거림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아픈 곳을 제대로 역습한 것"이라며 "(손혜원 의원 발언처럼) 당내에서조차 동시 국정조사 의견이 나오니 민주당 내부가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으로 본다. 우스갯소리로 여당이 정말 떳떳하다면, 못받을 것이 무엇있나. 김성태 전 대표 딸 포함해서 문준용씨, 박주신씨 등등 이참에 다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