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기준 자의적으로 제시... 기준 정한 근거는 설명 못해
  • ▲ 지난 4월 14일 불켜진 청와대 본관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4월 14일 불켜진 청와대 본관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청와대가 18일 최근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특별감찰반의 활동에 대해 "(언론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인 것 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정책수립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민간인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제도적 개선에 대해서는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조사하는 것이 월권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민간인 사찰'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알러지 반응을 보인 셈이다.

    ◆ '민간인 사찰' 자체적인 기준 제시한 청와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특감반 활동을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민간인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근거로 시중 은행장 비위 첩보 문제나 가상화폐 관련 특감반의 활동이 민간인 사찰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시중 은행장 비위 첩보는 특감반원이 임의로 수집한 것인데다 보고를 받은 반장이 감찰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해 바로 폐기했고, 정치적 의도로 이용할 목적이 없고 특정인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가상화폐 정책 수립 과정에서 기초자료 수집에 대해서도 국가 사정 관련 정책 수립이 (반부패비서관실의) 고유 업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보유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주요 인사들이 관련 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내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들여다 본 사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민간인 사찰'이라는 용어에는 강한 어조로 반발한 것이다.

    ◆ '민간인 사찰' 기준 묻자…구체적 설명 못 해

    하지만 김 대변인은 사찰을 정의한 근거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정부 사례에서 도출한 것"이라는 답을 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못했다. "과거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고 여러 건이 있었다. 그 여러 건에서 도출해낸 결론"이라고만 했다.

    이에 기자들이 '이런 사례가 계속 생기면 감찰반원이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질문하자 김 대변인은 "제가 거기까지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추가로 "특감반의 반원들은 특감반 반원이기도 하지만 민정수석실에 소속되어 있는 행정요원이기도 하다"며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데 행정요원으로서 같이 협업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난 14일 민정수석실이 발표한 특별감찰반 쇄신안 내용 이외에 추가적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말을 삼간 것으로 보인다.

    ◆ 野는 "명백한 사찰" 주장…지시한 사람 색출·엄단해야

    이에 야당은 같은날 "명백한 사찰 지시"라며 청와대에 비판을 가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주장대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특정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면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민간 인사들에 대한 명백한 사찰 지시'라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정보 보고가 '불순물'이라면, 그 '불순물'을 꿀물이라 여기며, 끊임없이 가져오라고 시킨 더 윗선이 있을 것"이라며 "그 사람이 민주주의의 불순물이고, 국정 농단의 장본인"이라고 했다.

    이어 "지시에 따른 실무자에게 모든 걸 덮어 씌워 넘기려 해서는 안된다"며 "전임 정부 시절의 문건 사건과 이번 사건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위선과 내로남불로 일관한다면 청와대의 해명을 신뢰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