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장 그대로" 항의하자 급수정… 시민 "역사박물관이 역사 왜곡" 관장 사퇴 요구
  • 사단법인 물망초는 18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전시 역사 날조·왜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박성원
    ▲ 사단법인 물망초는 18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전시 역사 날조·왜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박성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왜곡된 '역사관(觀)'이 질타를 받고 있다. 박물관은 한국전쟁 중 국군포로에 관한 전시를 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급히 수정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를 기획 전시 중이다. 그런데 국군 포로와 관련 "북한 포로수용소의 국군 대부분이 모국으로 귀환했다"는 해설을 붙였다. 비판이 잇따르자, 박물관측이 지난 13일, 해당 내용을 급히 수정한 정황이 확인됐다. 

    북한인권단체 사단법인 물망초는 18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국군 포로, 평화를 말하다'는 철저히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왜곡해 날조한 내용을 국민 앞에 내놓은 재앙 수준의 전시로써 당장 중단돼야 하고, 주진오 관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북한에 억류된 12만명의 국군포로들은 조국이 구해주리라 생각하며 해마다 눈물짓고 있다"며 "그러나 역사박물관에선 국군포로 몇 명 중 몇 명이 돌아왔고 몇 명이 남아있는지, 포로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어떻게 대우받고 생활하고 있는지 한마디 말이 없다"고 말했다.
  •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중, '결국, 포로들은 어디로 갔는가?'. 수정 후. ⓒ뉴데일리 박성원
    ▲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중, '결국, 포로들은 어디로 갔는가?'. 수정 후. ⓒ뉴데일리 박성원
    '국군 포로, 대부분 모국으로 귀환'?…박물관, 비판 이어지자 수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에서, 당초 박물관은 전시의 '결국, 포로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주제에선 국군포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953년 4월부터 6·25 전쟁의 포로들은 다양한 곳으로 송환되기 시작했다. 거제도 등 남한 여러 수용소에 분산 배치된 포로들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다섯 곳이었다. 중국군 포로는 중국 혹은 대만, 북한군 포로는 한국이나 북한 또는 중립국으로 갔다. 북한 포로수용소의 국군 및 유엔군 포로들은 대부분 모국으로 귀환했으나, 북한이나 중국, 중립국을 선택하기도 했다'

    박물관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내용" "여기가 평양 박물관인가"라는 비판이 나오자 박물관은 '북한 포로수용소의 유엔군 포로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8,000여 명에 불과해 '돌아오지 못한 국군 포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내용을 부랴부랴 덧붙였다.
  • 수정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은
    ▲ 수정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은 "국방부 자문을 받아 수정했다"고 밝혔다. ⓒ물망초 제공
    또 박 이사장은 "전시에선 국군이 포로가 될 수 없는 북한 인민군 소년병과 여자 빨치산 등을 포로수용소에 가두고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전쟁 중 아군에게 총을 쏘고 게릴라 작전을 하는 사람들은 적이 아닌가"라고 물으며 "소년병 여부는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검증가능하며, 당사자가 소년병이라고 하면 다 석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중, '전쟁 포로들이 들었던 음악 목록'. ⓒ뉴데일리 박성원
    ▲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 중, '전쟁 포로들이 들었던 음악 목록'. ⓒ뉴데일리 박성원
    베토벤 소나타 비창,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확산에 활용?

    역사박물관은 전시 중 '전쟁 포로들이 들었던 음악 목록'에서 "유엔군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음악은 중요한 재교육 수단 중 하나였으며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확산에 활용했다"며 도라지타령·양산도·천안삼거리·아리랑타령·베토벤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 등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아리랑과 도라지타령 등은 수천년을 이어내려오는 대한민국 민족의 애환을 담고 있는 음악이며, 베토벤 비창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클래식"이라며 "포로수용소에서 틀어줬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세뇌를 위해 틀어준 나쁜 곡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국군포로 출신으로 수감 47년만에 탈북했다는 유영복(89) 씨는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이 수용 생활을 견디며 때가 되면 한국 정부가 찾아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10년, 20년, 50년이 지나도 아무도 찾질 않았다"며 "포로들은 고역에 시달리며 비참하게 죽어갔고 목숨 걸고 탈출한 포로도 8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북한에서 비참하게 죽은 국군포로들의 진상과 북한의 만행을 밝히는 것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할 일 아닌가"라며 "아주 섭섭하고 허전하다"고 토로했다. 

    전시를 기획한 염경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서 논란이 된 국군포로 설명에 대해 "한국군이 내려온 것은 8천명인데, 미송환 포로에 대해 논란이 많다"며 "그 수는 정확하지 않고 학계 논란거리이기 때문에 다 돌아갔다는 표현보다는 사실 중심으로 국방부 자문을 받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염 학예연구관은 "유가족들은 (북한의) 강요에 의해 (포로들이) 남은 거라고 보는 거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며 "(미송환 포로 숫자는) 물음표로 남겨준 것이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 비창' 등을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확산에 활용해 포로 재교육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전시 내용과 관련한 '이념곡' 논란에 대해 양 학예연구관은 "노래 자체가 이렇게 활용됐다고 한 것이지, 이념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5일부터 전시 중인 '전쟁 포로, 평화를 말하다'는 내달 1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개관한다.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