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증인신문 신청' MB의 항소심 재판전략

"1심, 일방적 진술근거로 유죄판단"… 변호인단 "객관적 물증으로 사실관계 규명하겠다"

김동우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17 18:24:17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다스 자금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증인 22명을 신청했다. 1심 재판부의 양형 이유가 사실상 측근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증인으로 불러 객관적 물증으로 이들 진술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지난 12일 오후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항소심 재판에 대한 입증 및 진행계획을 조율했다. 이날 공판준비에 앞서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증인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등 증인 22명을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증인을 신청하면서 진술만을 토대로 한 검찰의 공소사실과 1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며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 판결에 객관적 물증은 무시되고 잘못된 진술을 근거로 판결을 내린 정황이 여러 군데 포착된다”며 “증인신청을 요구하는 이유는 검찰의 기소 및 1심 판결이 객관적인 물증보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그들이 작성한 문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 “1심, 일방적 진술근거로 유죄판단”

객관적 물증과 다른 진술에 따라 판결한 대표적 사례가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이라는 게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552만5709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의 진술에 대한 근거로 여비서가 작성한 일정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일정표에는 2008년 3월 12일과 4월 8일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적혀있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2008년 3월 또는 4월경 다스 미국소송을 수임한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자신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는 "에이킨검프 소송 비용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 줄 테니 그 돈을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주는데 써라"라는 취지의 이학수 전 실장의 말을 이 대통령에게 전했으며, ▲이 대통령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삼성그룹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법원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송부받은 김석한 변호사의 청와대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시각에 이 대통령은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접견이 불가능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2008년 3월 12일,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시각은 11시 58분부터 12시 12분까지다. 이 시각 이 대통령은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오찬을 하고 있었다. 또 2008년 4월 8일의 경우, 김 변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시각은 11시 5분부터 11시 57분인데 이때 이 대통령은 전라북도 정읍시청에 마련된 조류독감 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전북지사로부터 방역대책을 보고받고 있었다.

변호인단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이 거짓이었음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김 전 기획관의 일방적 진술만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처남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근거 없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또 다른 혐의는 다스 비자금 횡령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다스 사장과 권모 다스 전무 등이 조성해 다스의 대주주이자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김재정씨에게 건넨 240억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비자금이라고 판단하고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의 진술을 토대로 횡령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변호인단은 “다스 비자금이 김재정씨에게 현금, 수표, 어음 등으로 전달된 내역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규명됐다”면서도 “이 돈이 김재정씨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객관적 근거는 검찰의 수사기록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 수사에서 김 전 사장, 권 전 전무가 다스 재직 당시 수백억 원 규모의 다스 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의혹이 여러 객관적 증거에 의해 제기됐으나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며 “이 두 사람이 검찰의 불기소를 대가로 허위진술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심은 대통령 재임기간 중 공소시효가 중지되는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두 사람은 공소시효가 모두 지났기 때문에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두 사람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따르면 검찰이 제출한 권 전 전무의 신문조서에 검사가 권 전 전무에게 ‘가수금 반제자금 횡령 범행의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이후 2019년 1월 2일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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