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결렬…美, 1조 3천억 요구, 韓근로자 8700명 무급휴직 압박
  • ▲ 지난 6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장에서 대화하는 티모시 베츠 美대표와 장원삼 韓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장에서 대화하는 티모시 베츠 美대표와 장원삼 韓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이후로도 김정은은 눈에 띠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대화는 시간이 걸려도 된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그 대신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라는 ‘청구서’를 들이 내밀었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50% 더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 측 요구대로면 한국이 매년 부담해야 할 돈은 약 1조 3000억 원이다.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美국무부 방위비 분담협상 대표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회의를 갖고, 방위비 분담금 총액, 연간 증가율, 협정 유효기간 등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연간 증가율이란 협정이 효력을 갖는 5년 동안 매년 분담금 인상률을 말한다. 한미 간의 이견이 가장 컸던 부분은 분담금 총액이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등 방위비에서 분담하는 금액은 연간 9600억 원, 미국 측은 여기서 50%를 인상한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국의 분담금을 2배로 인상해야 한다”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주장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돈이다.

    이를 두고 한미 간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협정이 없어 공백이 생기게 된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주한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을 지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14일 “주한미군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9년 4월 중순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강제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지난 7일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무급휴직 대상인 한국인 근로자는 87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한국인 근로자 1만 2000여 명 가운데 75%가 넘는다.

    정부 "내년 초 고위급에서 해결가능"…일각서는 "남북관계 올인 청구서"
  • ▲ 지난 11월 13일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미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평통사 회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1월 13일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미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평통사 회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같은 소식에 정부는 “주한미군 부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방부, 주한미군 사령부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2019년 4월까지 협정 문제로 생기는 각종 비용은 미국 측이 자체 예산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2019년 초에 다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부분의 사안은 한미 양측이 이미 합의가 돼 있어 장관 이상 고위급에서 한국 측의 분담금액만 타협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美대통령이 2016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왔고, 최근 백악관 안팎에서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 교체설이 나오고 있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과 남북정책에 비판적인 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기조를 외면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올인’했던 청구서가 이제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안보전문가들은 트럼프 美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북한이 말을 듣지 않으면 중국과 한국을 압박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며, 이번 한미 방위비 분담금 50% 인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