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예비혁신학교' 운영 뒤, 학교 구성원들 뜻 묻기로… 학부모들 "조삼모사"
  • 14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 주민들은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 3월 개교하는 단지 내 해누리초·중, 가락초에 대한 교육청의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 촛불시위를 벌였다. ⓒ정호영
    ▲ 14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 주민들은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 3월 개교하는 단지 내 해누리초·중, 가락초에 대한 교육청의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 촛불시위를 벌였다. ⓒ정호영
    서울시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입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1년 유예'라는 카드를 꺼냈다.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한 뒤 학교 구성원이 혁신학교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헬리오시티 입주민들은 "조삼모사에 불과하고, 혁신학교를 밀어부치겠다는 것"이라며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개교 예정인 해누리초·중학교와 가락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입주예정 학부모와 주민들과 갈등을 겪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예비혁신학교로 1년간 운영한 뒤,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운영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비혁신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연수나 토론, 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혁신학교의 철학과 가치, 교육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은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는 학교에 관련 연수와 컨설팅을 지원하고 1000만원 이내 예산도 지원한다. 1년 이후 혁신학교 전환이 부결되면 일반학교로 남게 된다.

    일반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면 학부모와 교직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설학교의 경우 구성원이 없기 때문에 교육청 혁신학교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심의만으로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헬리오시티 단지 내 3개교는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운영위가 조희연 교육감에게 혁신학교 결정권을 위임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누리초·중과 가락초를 예비혁신학교로 개교하며 한발짝 물러섰다는 입장이나, 헬리오시티 구성원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헬리오시티 입주민협의회 교육분과장 이 모 씨는 "말도 안 된다"며 "그냥 '예비'만 붙여놓고 결국 혁신학교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당초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 학부모들은 단지 내 3개교를 일반학교로 개교하고, 학교 구성원이 포함된 민주적 절차를 통해 혁신학교로 전환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우선 예비혁신학교로 개교하고 1년 이후 일반학교 전환 여부를 정하자는 교육청 결정과는 온도차가 크다.

    이날 헬리오시티 예비 입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학부모들은 "예비혁신학교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일반학교를 원한다"며 "왜 해누리초, 중학교와 가락초가 일반학교로 개교하지 못하는지 조희연 교육감은 반드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외쳤다. 한 헬리오시티 입주협 관계자는  "교육청의 결정은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에게 기름에 불 붓는 격"이라며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