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한군 헬기인 듯" 추정만… 전술조치선~비행금지구역 사이 비행했는데 확인 안해
  • ▲ 북한공군 기술시범에 나온 Mi-2 헬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공군 기술시범에 나온 Mi-2 헬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군사합의가 지난 11월 1일 시행된 이후 한국군은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군은 불과 닷새 사이에 비행금지구역 인근까지 군용기를 보냈다. 이를 두고 군 당국은 대응조치를 했다고 하나 기종과 남하 의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않고 있다. 소형 무인기만 빼면 북한의 탄도미사일부터 전투기, 수송기, 헬기 등을 모두 포착·식별할 수 있는 군 당국이 정확한 기종은 밝히지 않고 "헬기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북한 헬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개성 인근에서 ‘전술조치선(TAL)’ 남쪽으로 내려와 공군이 긴급 출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 이어 닷새 만이었다. 합참은 “자세한 내용은 보안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군이 지금 동계훈련 중인데 그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술조치선(TAL)’이란 한미 연합군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20~30km 지점에 설정해 놓은 가상의 선이다. 음속을 넘는 전투기의 속도를 고려해 북한군의 남침이나 도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선이다. 북한군도 이 선을 넘으면 한국 공군 전투기가 긴급발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8일에도 군용기 2대를 ‘전술조치선’ 남쪽으로 내려 보낸 바 있다. 이때는 강화도 쪽이었다. 당시 합참은 매뉴얼에 따라 KF-16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를 긴급출격 시켰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군이 보통 12월부터 동계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맞지만 웬만큼 남북 관계가 경색된 때가 아니면 전술조치선 남쪽까지 항공기를 보내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를 찾아봐도, 북한 군용기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거나 남북 간의 갈등이 격해졌을 때에만 전술조치선을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튼 북한은 닷새 사이에 두 번씩이나 군용기를 내려 보냈다. 군 당국이나 언론들 모두 북한군 헬기라고 추정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헬기라는 가정 아래 “김정은의 답방 연습을 하는 것 아니겠냐”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군에는 헬기만큼이나 느린 항공기가 있다. 바로 AN-2 수송기다.

    레이더 기술 발전으로 효용성 떨어져 가는 AN-2

  • ▲ 2016년 2월 4일 경북 안동에 불시착한 AN-2 수송기. 공군에서는 T-11 경비행기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2월 4일 경북 안동에 불시착한 AN-2 수송기. 공군에서는 T-11 경비행기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군의 주력헬기는 Mi-2로 알려져 있다. 북한 명칭은 ‘혁신-2 직승기’라고 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도입한 Mi-2 헬기는 길이 11.4미터, 로터 직경 14.5미터, 높이 3.7미터에 최대 이륙중량 3.7톤의 소형 헬기다. 승무원은 1명이고 무장 병력 8명을 태울 수 있다. Mi-2 헬기는 설계는 소련이 했지만 실제 생산은 폴란드가 맡았다. 총 생산대수는 7200대인데 그 중 2400대 가량만 군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응급헬기나 농약살포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AN-2 수송기는 1947년에 개발된 구형으로, 동체와 날개가 천, 나무 등으로 돼 있다. 사실 군용기라기보다는 농약 살포기 또는 레저용으로 사용됐다. AN-2 수송기는 길이 12.4미터, 최대 폭 18.2미터, 높이 4.1미터에 이륙 총중량 5.4톤가량이다. AK47 소총에도 격추되는 AN-2 수송기의 전술적 가치는 레이더 기술의 발전으로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Mi-2 헬기와 AN-2 수송기는 이처럼 크기도 비슷한 데다 순항 속도도 큰 차이가 없다. 최고 속도는 각각 220km/h와 258km/h, 순항 속도는 둘 다 190~200km/h로 알려져 있다. AN-2 수송기의 경우 야지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고, 이륙을 위한 활주로가 200미터도 필요하지 않아 산속에서 뜨면 마치 헬기처럼 레이더에 포착된다. 군 당국이 북한 군용기의 정체를 특정하지 못하고 추정한 원인이 혹시 그 움직임이 이상해서는 아닐까.

    물론 북한군이 2012년 5월 서북도서와 가까운 황해남도 태탄과 누천 공군기지에 Mi-2를 비롯한 헬기 50여 대를 전진배치 한 적이 있어 헬기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다. 하지만 군 당국이 정확히 밝히기 전까지는 북한 군용기가 헬기인지 수송기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