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 구독 유튜브 채널서 "감동적" "울 뻔" 극찬… 네티즌들 "알고보니 정치적" 실망
  • ▲ 통일부는 3일 페이스북에 이같은 강 씨의 영상을 게재했다. ⓒ통일부 페이스북
    ▲ 통일부는 3일 페이스북에 이같은 강 씨의 영상을 게재했다. ⓒ통일부 페이스북
    입시 커뮤니티 '공신닷컴'으로 유명세를 탄, 구독자 70만명의 인기 유튜버 강성태 씨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놓고 "전쟁위협 해소" "한국이 미북(美北) 사이에서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영상을 공개하자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영상은 통일부 후원으로 제작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수 차례 회담을 성사시키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인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관련해선 사실상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청소년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강 씨의 지나친 정치편향적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통일부는 페이스북에 '이 문제, 언젠가는 시험에 꼭 나온다'는 제목으로 7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공부의 신 강성태'를 운영하고 있는 강성태 씨가 제작한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강 씨는 "울 뻔 했다" "처음에는 조작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더라"고 운을 뗀 뒤, "그것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며, 당연히 교과서에도 실리고 시험 문제로도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영상 말미에 '제작 후원 통일부'란 자막이 떴다.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 칭찬

    강 씨는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3가지로 정리하겠다"며 △군사적 긴장완화·전쟁위협 해소 △비핵화 △남북간 교류·협력 증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영상에서 현재 남북이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공동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사진을 띄우고 "남북이 서로 죽이고 싸우던 전쟁터에서 이제 힘을 합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며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해서도 그는 "남북이 대치하던 공간이었는데 이제 비무장을 하고 같이 경비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평화로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이 특히 불편해 한 것은, 강 씨가 판문점 선언 및 평양공동선언의 효과로 '비핵화'를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 쏘고 '책상 핵단추'같은 발언도 하면서 우리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면서도 "이제 북한이 핵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어 "물론 엄청난 검증 단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건 엄청난 변화"라면서도 "예전에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한국이랑 대화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핵문제 중재 역할을 하며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북, 평양선언서 비핵화 구체적 합의했다"

    그러나 강 씨의 이같은 주장은, 수 차례 진행된 남북·미북 회담에도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된 바가 없다는 점과, 정부의 일방적 친(親)대북정책과 북한의 핵 폐기 의사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회의적 시각과 큰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외신도 거북한 입장을 내놨다. 평양공동선언 다음날 일본 요미우리(読売)신문은 "핵무기는 그대로 둔 채, 비핵화 조치를 조금씩 내놔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등의 보상을 받아내려는 북한 전술엔 변화가 없다",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신문은 "북한은 전제 조건 없는 비핵화를 부정하고, 선 체제보장 및 경제협력을 목표로 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실제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도 11월 서울대 강연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바탕으로 시간을 벌어 핵무기를 기정사실화 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바뀔 거라고 믿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북핵 폐기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핵을 빌미로 시간을 끌며 체제 보장,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네티즌들 "통일부 후원… 프로파간다 영상에 실망"

    서울대 출신 유명 입시 커뮤니티 운영자로 친숙한 인상과 화려한 언변을 통해 수험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강 씨의 이같은 발언이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네티즌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강 씨의 영상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남북문제에 대해 낭만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지금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설상가상으로 영상 제작에 통일부가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정치적 영상은 자제해 달라" "학생들 상대로 세뇌하는 것이냐" "프로파간다 영상이라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14일 기준 이 영상은 강 씨의 유튜브에서 조회수 3만3천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통일부 페이스북에는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