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취재/새만금 게이트③] 농어촌公 안전성 확보 안해… 현장 사망사고 人災 가능성
  • 2015년 10월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수제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인부가 사망했다. 무너진 구조물의 모습.ⓒ뉴데일리DB
    ▲ 2015년 10월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수제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인부가 사망했다. 무너진 구조물의 모습.ⓒ뉴데일리DB

    2015년 10월 발생한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 새만금 방수제 공사장 사망사고 원인 중 하나가 구조설계계산서(이하 구조계산서)의 '부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데 이어 구조계산서가 위조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건축구조설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출력되는 구조계산서의 날짜가 빠져 있는가 하면, 입찰서류(제안서)에 포함돼야 할 구조계산서가 수개월 늦게 제출된 사실 등이 <뉴데일리> 취재결과 확인됐다.

    특히, 구조계산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물 안전성 등을 검토하는 설계심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구조계산서 없이 구조물 안전성을 심의하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상 하자'가 사망사고의 원인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앞서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설계상 하자(▶관련기사 [탐사취재]1000억 부실… 농어촌공사 '새만금 타워')가 있다는 점과 구조계산서의 부실 의혹(▶관련기사 1000억 人災' 새만금 타워, 하중값도 엉터리였다)을 연속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새만금방수제 공사장 사망사고는 '설계 부실'과 '구조계산서 부실'에 이어 구조계산서 '위조'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시공사의 불법적 행태와 농어촌공사의 관리감독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설계심의는 6월, 구조계산서 날인은 9월… 절차 거꾸로 돼

    14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새만금지구 방수제 만경3공구 건설공사의 구조계산서에는 구조설계사의 날인 일시가 2010년 9월로 찍혀 있다. 이 구조계산서는 시공사인 삼부토건 의뢰로, M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작성했다.
  • 새만금 방수제 만경3공구 건설공사의 설계심의 서류(사진 왼쪽)에는 2010년 6월이라고 적혀 있다. 반면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제출한 해당 공사의 구조설계계산서(사진 오른쪽)에는 2010년 9월이라고 되어 있다.ⓒ뉴데일리
    ▲ 새만금 방수제 만경3공구 건설공사의 설계심의 서류(사진 왼쪽)에는 2010년 6월이라고 적혀 있다. 반면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제출한 해당 공사의 구조설계계산서(사진 오른쪽)에는 2010년 9월이라고 되어 있다.ⓒ뉴데일리
    새만금 공사처럼 턴키(turn-key)방식으로 이뤄지는 건설공사는 일반적으로 입찰공고→컨소시엄 구성→입찰서류(제안서) 납품→기본설계 심의→시공사 선정→설계협의→실시설계 심의→최종도면 확정→착공 등의 절차를 거친다.

    설계 심의는 납품된 구조계산서를 토대로 심의위원회가 구조물의 안전을 확인하고 지적사항을 설계에 반영하는 단계다. 기본설계 심의와 실시설계 심의 등으로 구성된다.

    시공사 선정 전에 이뤄지는 기본설계 심의는 공사의 발주처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췄는지 살펴보는 일종의 '서류심사'로 보면 된다. 시공사가 선정된 후 열리는 실시설계 심의가 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조물 안전 등을 심층적으로 심의하는 절차로, 통상적 '설계심의'라 함은 이 단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구조계산서는 기본설계 심의 전 제출하는 제안서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 "안전성 확보 안됐는데 공사 시작했다는 의미"

    그런데 만경3공구 공사에 대한 설계심의는 M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계산서 작성 시기보다 앞선 2010년 5월 31일 최종 결제됐으며, 그해 6월 심의위원회에 보고됐다. 구조계산서가 작성되기 이전, 혹은 구조계산서가 없이 설계심의가 진행됐다는 이야기다.

    설계심의 이후 구조계산서가 제출될 수도 있는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말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구조기술사는 "설계심의는 공사과정의 하나"라며 "일반적으로 구조설계계산서의 경우 제안서 납품 날짜에 맞춰서 그 이전에 작성된다"고 했다.

    또 다른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2010년 9월 작성된 구조설계계산서가 최초 작성된 것이라면, 구조설계계산서 없이 설계심의를 했다는 것"이라며 "구조물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건 ‘부실 시공'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 마이다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자동 출력된다. 사진은 다른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사고현장의 구조계산서에 첨부된 시뮬레이션 이미지 모습. 농어촌공사에 제출된 구조계산서엔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거의 없었다.ⓒ독자 제공
    ▲ 마이다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자동 출력된다. 사진은 다른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사고현장의 구조계산서에 첨부된 시뮬레이션 이미지 모습. 농어촌공사에 제출된 구조계산서엔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거의 없었다.ⓒ독자 제공
    이에 대해 M구조기술사사무소 측은 "이 공사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한 건데, 그 과정은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인 Y라는 회사가 총괄했다"며 "저희 쪽은 의뢰를 받아서 구조설계계산서를 작성했고, 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은 과정은 잘 모른다"고 했다.

    설계심의 이후에 나온 프로그램으로 구조설계... 앞뒤 안맞아

    구조계산서가 설계심의 이후에 작성된 의혹은 또 있다. 해당 구조계산서에 사용된 구조설계 전문 프로그램의 '버전'이 설계심의가 열린 이후의 것이라는 점이다.

    본지가 입수한 구조계산서를 보면, M구조기술사사무소는 건축구조 프로그램 '마이다스(Midas)'를 사용해 구조계산서를 작성했다.

    마이다스는 건물의 안전성을 구조적으로 판별하는 안전점검과 부재산정을 확인하는 것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데,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제출한 구조계산서에 사용된 마이다스 프로그램은 '마이다스 젠(Midas gen) 785버전'과 '마이다스 셋(Midas set) 3.3.4버전'이다. 

    마이다스는 '마이다스 셋'과 '마이다스 젠'으로 구성된다. 마이다스 셋은 구조물 설계 프로그램이고, 마이다스 젠은 구조물의 부재(H빔)가 견딜 수 있는 응력 등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으로, 입력값을 넣으면 결과값과 함께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해당 구조계산서에 사용된 마이다스 젠 785 버전과 마이다스 셋 3.3.4 버전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마이다스 프로그램 개발업체에 따르면 마이다스 젠 785 버전은 2010년 6월 12일 업데이트 됐다.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사고 현장(만경3공구)의 구조계산서에 마이다스 젠 785 버전이 사용됐으니, 구조계산서 작성시점은 2010년 6월 12일 이후라는 추론이 나온다.

    마이다스 셋은 2009년 8월 10일 3.3.4버전으로 업데이트 된 후 서비스가 종료됐다. M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계산서에는 마이다스 셋 3.3.4 버전의 출력날짜가 2010년 7월 28일로 되어 있다.

    결국 마이다스 젠의 버전과 마이다스 셋의 출력 날짜를 보면, 구조계산서는 설계심의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 된다.
  •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구조설계계산서에는 '마이다스 젠 785버전'이 사용됐다. '마이다스 셋 3.3.4.버전'의 출력일은 2010년 7월 등으로 나와 있다.ⓒ국회 제공
    ▲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구조설계계산서에는 '마이다스 젠 785버전'이 사용됐다. '마이다스 셋 3.3.4.버전'의 출력일은 2010년 7월 등으로 나와 있다.ⓒ국회 제공
    출력 날짜도, 시뮬레이션 이미지도 거의 없어

    구조계산서가 '비정상적' 서류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혹은 또 있다. 구조계산서에 자동으로 나오는 출력 날짜가 없는가 하면, 결과값과 함께 나오는 시뮬레이션 이미지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마이다스는 구조설계 계산 이후 결과값을 출력할 때 하단 부분에 자동으로 날짜가 기재된다고 개발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M구조기술사사무소가 작성한 구조계산서 중 일부에는 출력날짜가 삭제돼 있다.

    M구조기술사사무소 관계자는 "결과물을 출력하다보면 날짜가 찍히는 게 있고 안찍히는 게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발회사 측의 설명은 달랐다. 마이다스 개발업체 관계자는 "마이다스 프로그램 초기버전부터 지금까지 출력 날짜 자동 기재기능이 삭제된 적은 없었다"며 "만약 출력 날짜가 삭제됐다면 출력하는 사람이 기재된 날짜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이 출력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그림이 나오는 것은 입력값을 갖고 하중이 얼마인지를 해석하는 의미"라며 "마이다스 젠은 입력값에 의해 그림이 나오도록 되어 있다. 만약 그림이 빠져있다면 사용자가 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농어촌공사, 원본 내놓지 못하고 "찾고 있다" 말만 되풀이

    출력 날짜가 빠진 서류가 어떻게 설계심의를 통과했을까? 이 공사의 관리감독기관인 농어촌공사는 이에 대해 "마이다스 프로그램은 우리가 사용한 것이 아니고 구조기술사가 사용하는 것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공사인 삼부토건 측 역시 "구조설계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라서 잘 모른다"며 "우리는 시공만 담당한다"고 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구조계산서가 설계심의 이후에 작성된 의혹에 대해선 "2010년 9월에 작성된 구조계산서는 설계심의 이후 심의위원의 지적사항에 따라 변경된 것"이라며 "2010년 6월 설계심의 이전에 작성된 구조설계계산서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농어촌공사와 삼부토건 측에 당초 입찰서류에 포함된 구조계산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사 측은 10여 일이 지나도록 "찾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후 다시 수일이 지났지만 공사 측은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