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평 규모에 40억 예산… 전문가 "LED 쓰면 1억이면 충분"…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도
  • ▲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서울시
    ▲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서울시

    서울시가 종각역 지하공간을 '태양광 정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많은 태양광을 이용해 수십억짜리 지하정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특정 업체에 예산을 밀어주기 위함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2층)으로 이어지는 850㎡의 공간을, 태양광 지하 정원으로 만들어 내년 10월경 개방한다는 내용을 담은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를 11일 밝혔다.

    해당 공간은 특별한 쓰임없이 비어있던 장소다. 시는 "평소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통로 역할에만 머물러있던 공간을 재활용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지하공간으로는 드물게 넓고 천장이 높은 광장 형태에다가 지상부에 광장이 있어 일조환경이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40평 공간에 혈세 40억... 평당 1억원 투입

    총 면적  850㎡ 중에서, 실제 식물이 심어지는 정원은 전체의 1/6 규모인 145㎡다. 평수로 환산하면 대략 43평 정도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심 속 빈 공간을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 각종 교육과 공연 장소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실제 식물이 식재될 40평 남짓한 정원 조성에 40억원 가까운, 39억 4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평당 1억원 꼴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다. 실내 소규모 정원 조성에 이토록 큰 금액이 투입되는 이유는 '태양광' 컨셉 때문이다. 지상의 햇빛을 지하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천장에 구멍을 내고 각종 채광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해당 공간 천장에 8개의 채광시스템을 설치하고 지상에 2개의 비구면 거울을 이용해 자연광을 집광한 후 특수제작 렌즈를 통해 지하로 전송하는 방식을 구상중"이라고 했다. 비구면 거울을 사용하면 1 점에 빛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굳이 수십억원을 들여 그런 공간을 조성할 필요는 없어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0억은 무슨... 총 1억원이면 된다"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의 한 교수는 13일 통화에서 "식물재배는 LED(Light Emitting Diode) 조명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서울시가 돈잔치를 하는 느낌이 드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수는 해당 사업에 40억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두고 "조명광 식물재배가 왜 있느냐. 비닐하우스 개념을 떠올리면 된다. 밤에는 붉은색 LED를 켜서 식물 생육을 돕고 시민들이 다니는 낮에는 주황색 LED 조명을 켜는 식으로 하면 (조경 자체 설치는) 1억이면 끝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연광을 이용하려면, 내부로 빛이 들어와야 하니까 거울터널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그는 "돋보기로 빛을 모아서 빛 터널로 보낸 후 밑에서 다시 오목렌즈로 퍼트리는 원리"라며 "눈-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어차피 자연광만으로 지하 정원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고 설명했다.


  • ▲ 서울시가 구상중인 '종각역 지하 태양광 정원' 조감도.ⓒ서울시
    ▲ 서울시가 구상중인 '종각역 지하 태양광 정원' 조감도.ⓒ서울시

    서울시도 "흐린 날에는 LED 쓸 것"

    실제 서울시는 LED 광원을 이용한 식물 재배 시스템도 설치할 예정이다. 야간 시간대 혹은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린 경우 등 자연광을 집광할 수 없는 환경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태양광'과 인연이 깊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2011년부터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을 시작했고 2017년에는 '2022년까지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태양광 보급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특정 협동조합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서울시내 유휴공간 리모델링에 굳이 큰 예산을 들여가며 '태양광'을 고집하는 이유가 서울시정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그것과는 전혀 관련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 경관개선이 아닌 지하 유휴공간의 선도적 재생모델을 선보이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물론 LED 조명을 통해서도 단순 식물군들을 식재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나무라든가 과실수까지 포함됐다"며 "예산이 많이 들어간 이유는 자연광이 지하로 들어와야되다 보니까 여러 공사비가 포함된 것이다. 서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하공간을 선택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사를 어느 업체에 맡길 지는 아직 안정해져"

    한편, 올해 초 기본구상 수립을 완료한 서울시는 현재 기본 설계를 진행 중에 있다. 내년 2월 착공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발주를 어느 업체가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