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2020년 한반도 평화협정' 초안… 중국 인민해방군 개입 등 '北 주장' 반영
  • ▲ 작년까지 한반도에도 왔던 美전략자산의 하나 B-1B 랜서 폭격기와 이를 호위하는 F-15, F-35 전투기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작년까지 한반도에도 왔던 美전략자산의 하나 B-1B 랜서 폭격기와 이를 호위하는 F-15, F-35 전투기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비핵화가 50% 이상 진행되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북한 비핵화를 기정사실로 간주한 뒤 만든 평화협정 초안에 대한 보고서였다.  

    지난 12일 통일연구원 김상기 통일전략실장은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초안을 공개했다. 김상기 실장은 “북한 비핵화가 50% 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비핵화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고 트럼프 美대통령에게는 재선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면서 그 시점을 2020년 전후라고 내다봤다.

    김상기 실장이 공개한 ‘한반도 평화협정’ 초안은 전문과 9개 조 34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평화협정 서명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참여하는 형식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전쟁의 공식 종료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배치하는 것 금지, 외국군과의 대규모 연합훈련 금지, 주한미군 감축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와 함께 북한에게는 2020년까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또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석 달 이내에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관리위원회’를 만든다는 내용도 담았다. 中인민해방군이 한반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계속 요구해 온 내용도 담겼다. “미국은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고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북한도 미국에게 동일한 내용을 약속한다”거나 “협정 당사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모두 해제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대목이 그렇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 완료 이후 한반도 내에서의 구조적인 군비통제(군축)에 착수한다”는 원칙과 함께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에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주장과도 다른 것이다.

    북한의 남침, NLL 인정 등은 빠져 있어

  • ▲ 지난 5월 서울 중심가에서 열린 민중당 당원들의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서울 중심가에서 열린 민중당 당원들의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한 “미국은 북한 비핵화 완료 이후 한국에 확장 핵억지력(핵우산)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식 약속하고, 중국도 북한에 핵억지력을 제공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다”는 말로 미국의 핵우산 철수를 북한과 중국에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평화협정 초안에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정 등은 담지 않아 이날 학술회의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주한미군의 철수, 미국의 핵우산 철거,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 등을 내세우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이날 나온 보고서 내용은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북한 측의 주장을 적지 않게 담고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중국을 한반도 평화협정 서명 당사자로 끌어들여,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 철거의 지렛대로 삼은 점은 국내 우파 진영의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북한 측 주장 대부분 그대로 반영

    이와 관련해 김상기 실장은 기자들에게 “정부와 조율하고 만든 내용이 아니라 개인적 연구 결과”라며 “올해 연말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을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음에도 평화협정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 점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