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중·러서 전력 수입 검토… 전문가들 "40년대 '수풍발전소' 전력 차단 잊었나"
  • ▲ '동북아 계통연계 사업추진을 위한 SPC 설립 방안' 검토보고서 중. ⓒ한국전력공사
    ▲ '동북아 계통연계 사업추진을 위한 SPC 설립 방안' 검토보고서 중.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력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동북아 전력망 연결 사업, 이른바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추진할 경우 러시아는 북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상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전기 끊으면…최악의 경우 '블랙아웃'

    11일 한국전력이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동북아 계통연계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전력 수급 안정화와 신재생에너지 수입의 발판 마련, 동북아 정세 안정에게 기여하기 위해 동북아 계통 연계(전력망 연결)를 추진할 계획이며 이같은 사업에 7조2천억원에서 8조6천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한·중 계통 연계는 2025년부터 중국 웨이하이와 인천 간 370km 구간에 2조9천억원을 들여 2.4GW규모로, 한·러 계통 연계는 2027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와 경기 북부간 1000km 구간에 2조4천억원을 들여 3GW 규모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한·러 계통 연계에 대해, 북한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한·중 전력 가격 차이보다 더 높은 가격 차이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차이보다도, 외교적 문제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끊는다면, 한국은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굳이 전력망 연결할 필요 없어…'안보 문제 직결'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전의 에너지 수입 문제는 결국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유럽과 갈등이 불거졌을 때 천연가스 배관을 차단한 적도 있었다. 유럽은 이같은 배관망 차단 사건 이후 천연가스를 덜 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가간 전력망이 끊어졌을 때 벌어질 사태를 감안하면 굳이 전력망을 연결할 이유가 없다"며 "전기나 에너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외교적 관계가 명백히 개선될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정 교수는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선)나라간 관계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다"며 "특히 상대가 중국, 북한, 러시아라면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력망 연결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동북아 전력망 연결은 북한과 완전히 관계가 개선돼서 안보상 문제가 해결됐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고, 북한과 조금이라도 외교상 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1940년대 '수풍발전소' 단전 사례 있어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이전 한국에 전기를 공급하던 북한이 발전소 전력을 차단한 사건도 있다. 

    실제 북한은 1940년대 광복 이후 남쪽으로 보내던 압록강 인근의 수풍발전소 전력 공급을 끊은 전례가 있다. 당시만 해도 남한에는 이렇다 할 발전소가 없어 당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던 북한 수풍발전소에 의존했으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전하면 한국은 꼼짝없이 전력난을 겪었다.

    성 교수는 "과거 북한에서 전기를 끊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전력망이 북한을 통할 경우, 어느 때라도 북한이 (전력망을) 끊겠다면 끊는 거니까 안보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왔던 사업이며, 전력망을 연결하면 전력 수입뿐만 아니라 전력 수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몽골, 시베리아의 풍력·태양광·LNG 등 에너지원을 동북아 국가가 공동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