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때 이어 두번째… "靑 음주운전, 경제 실정 등 위기 전환용 카드" 해석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외공관장들을 격려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외공관장들을 격려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김정은 연내 방한'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남미 순방 직후 실무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연내 방한 가능성을 띄운 것과 대조된 행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띄운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 이득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면전환'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평화는 평화적인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다" 궤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북한 김정은에 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예산안과 KTX강릉선 사고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심지어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에서도 이어졌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평화는 평화적인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다. 그런 평화적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분들이 바로 외교관들"이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선 국제적 공감대와 지위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외교성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북한 김정은 방한에 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북한 김정은의 방한 관련 질문을 기자들로부터 받았으나 즉답을 피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말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남미 순방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논의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분위기만 띄우고 빠지는 靑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도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지표들이 견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과 민생지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 현안 언급에 집중했다.

    그러자 지난 주말까지 연내 답방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가 일순간에 변했다. 오는 13일 서울 답방이 유력하다는 단독 기사가 날 정도로 그간에는 김정은의 서울 방문 분위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파다했다. 그런데 이번 주 초부터는 사실상 북한 김정은의 연내 방한이 무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사실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확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을 줄곧 반복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열린 기내 기자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북한 김정은이 확답하지 않을 가능성도 미리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정은 방한 분위기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는 지난 주말에야 나왔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9일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북한 김정은 방문과 관련한 실무준비를 곳곳에서 해온 것과 결이 달라진 발언이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이런 행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도중 '교황 방문'을 언급했을 때와 비슷한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본지에 "교황의 북한 방문설이 돌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청와대가 국면 전환을 염두에 뒀던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같은 발언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중이던 지난 10월 중순,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할 당시 북한 김정은의 초청의사를 타진한 대목을 술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교황에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 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 이와 관련 교황의 북한 방문설이 보도되며 대화분위기가 어이지기도 했다.

    위기때 北과 대화분위기→ 국면전환 효과

    교황과 관련된 대화분위기는 청와대와 관련돼 있는 주요 이슈들을 집어삼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중순 유럽순방을 떠날 당시만 해도 청와대는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제주관함식 논란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사면·복권 문제가 있었고, 낮은 경제지표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조명래 환경부장관 등의 인사를 두고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청와대가 지난달 14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7대 인사검증 기준에 위배되는 경우가 없었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하지만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타진되면서 시선은 여기에 쏠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방신학'을 가까이 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분위기는 올랐지만 그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최근에도 청와대는 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낮은 경제지표와 함께 청와대 내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새로 떠올라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라는 강수까지 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대로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공세도 받았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 김정은의 방한 소식이 청와대에는 국면을 전환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앞서 언급했던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북한 김정은의 서울 방한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자 쇼맨십"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받을 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꺼내기엔 섣부른 카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직기강 해이, 낮은 경제지표 발표 등 청와대로서는 어려운 이슈들의 우회로를 찾은 상황"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