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에 "노, 지능지수 69" 등 표현… 대법원 "비하 표현, 학문의 자유 해당 안돼"
  • ▲ 2016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건호씨.ⓒ뉴데일리DB
    ▲ 2016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건호씨.ⓒ뉴데일리DB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시험문제를 출제해 노 전 대통령 유족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대학교수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홍익대 법학과 류모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류 교수는 2015년 6월 기말시험에서 영어 지문에 “Roh(노)는 17세이고, 지능지수는 69이다. 그는 6세 때 부엉이 바위(the rock of Owl)에서 뛰어내려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등의 내용을 출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건호씨는 같은 해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적 인신공격을 해 고인이 되신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학문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법원의 판단이었는데,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해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류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건호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풍자'라는 방식으로 희화화함으로써 투신과 사망 사건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한다”며 학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공적인 인물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삼아 이를 조롱, 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된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이익이 있다고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