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진통…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 찾기 힘든 조직"
  • ▲ 통일부ⓒ연합뉴스
    ▲ 통일부ⓒ연합뉴스
    英 로이터 통신이 5일 특별 기사를 통해 한국의 통일부를 조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우리 통일부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조직"이라며 “남북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특성상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는 상대 북한과의 관계 변화가 조직의 위상과 입지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고 평했다. 로이터는 "북한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있다”며 우리  통일부와 대조시켰다. 

    우리나라의 통일부는 올해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경제 협력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정부 부처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급속한 남북 관계의 진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대한민국의 거대 정부 조직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하며 통일부의 연혁과 그 동안의 역할을 조명했다

    냉전시대 대북 선전기관으로 설립

    통일부의 시초는 냉전 시기인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북 선전기관으로 설립된 국토통일원이다. 45명으로 구성된 이 기관은 설립 직후 “극동 지역에서 공산주의 세력과 그들의 전략”, “북한 괴뢰정권의 대일 정책”, “중공의 대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통일”과 같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1972년에는 한국의 탈북자들과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 교민들을 상대로 대북 심리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교육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기도 하는 등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선전기관의 역할에 중점을 뒀다. 

    "이후 1970년대 초반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를 위한 창구가 되는 등 역할에 다소 변화도 따랐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선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일컬어지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으며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일을 맡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국토통일원에서 통일부로 격상... 전성기와 쇠락기 

    국토통일원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통일부로 격상이 되어 위상에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이후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통일부는 2000년과 2007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에는 직원 수가 55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국제 제재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통일부의 위상도 큰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직원 수의 15%가 감원되기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인 2016년에는 남북 협력의 상징이던 개성 공단이 폐쇄돼 부처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 ▲ 남북철도현지공동 조사단 환송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북철도현지공동 조사단 환송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文 정부 하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딜레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것은 통일부에게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남북한 간의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교통망 구축 등을 아우르는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560여 명이 근무하는 조직에 새로운 목적의식을 부여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합의와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남북한 간 협력 사업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제약 속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큰 딜레마도 떠안고 있는 현실임을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냉전적 요소' 남아있는 유일한 나라, 코리아

    한국은 탈냉전시대에 냉전적 요소가 남아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여기서 통일부가 이념에 기반한 정권에 따라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쇠락하기도 했다가 하면서 정부 부처의 운명이 남북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 되니 매우 독특하다고 로이터는 분석평가했다.

    로이터는 또한 남북관계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통일부가 미북간 혹은 한미간 관계와도 얽힐 수 밖에 없는 점에 주목했다. 남북 관계 진전을 급속히 추진하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미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한반도 상황이 외교적 문제와 결부될 때 국내 정책 기조대로 주도적인 역할을 맘껏 할 수도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