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국고손실 혐의 일부 무죄… 남재준 징역 2년, 이병기·이병호 징역 2년 6개월
  • ▲ (왼쪽부터)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 (왼쪽부터)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며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 등을 받는 남재준(74)·이병호(78)·이병기(71)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뇌물공여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형량은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11일 전직 국정원장의 항소심에서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남재준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남 전 원장은 징역 3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 전직 국정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매달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총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직시기별로 남재준 전 원장이 6억원, 이병기 전 원장이 8억원, 이병호 전 원장이 22억5000만원이다.

    재판부는 “특활비를 대통령 등에게 교부하는 등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주는 국정원장이나 받는 대통령이 임의로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국민이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에게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을 감독하는 중앙관서장에 해당할 뿐이고 그 자신이 회계관계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횡령죄를 적용한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활비는 1심과 같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특활비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지원한 것이지 (피고인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남재준 전 원장은 이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해 12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오는 2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