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저리 인근 굴착현장 관련, 전문가들 "진출입로 제한돼 실험 시설로 보는 게 더 적절"
  • ▲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北양강도 회정리 굴착현장 일대의 지도. ⓒ美디지털 글로브-구글어스-VOA 관련보도화면 캡쳐.
    ▲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北양강도 회정리 굴착현장 일대의 지도. ⓒ美디지털 글로브-구글어스-VOA 관련보도화면 캡쳐.
    한국 언론들은 美CNN이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한 미들베리 연구소의 영저리 기지와 회정리 굴착현장 분석 보고서를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美군사전문가들은 北회정리 기지가 미사일 기지가 맞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제임스 마틴 비확산 센터의 보고서와 관련해 닉 한센 스탠포드大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 조셉 디트라니 前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그리고 익명의 위성전문가가 내놓은 의견을 전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슈멀러 연구원은 “회정리 기지 또한 북한의 전략 미사일 기지 벨트에 위치해 있고, 다른 지역의 미사일 기지와 비슷해 이곳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저리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회정리 일대에서 대형 터널을 굴착하는 모습이 최근까지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닉 한센 객원연구원 또한 ICBM 기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회정리의 공사 현장에 30미터 길이의 대형 대피소 2곳이 외길 한 복판에 만들어져 있고, 여기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터널이 있음을 지적하며 “터널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이 위장막으로 가려진 2개의 대피소와 연결되는 만큼 미사일과 연관된 작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센 객원연구원은 인근에 있는 기차역과 대피소가 연결 도로 선상에 있다는 점 또한 회정리 공사 현장이 ICBM 기지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과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면서 “김정은은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개발을 더욱 확대하는 등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정리 공사현장 또한 한미 정보기관·IAEA의 지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군사전문가들은 회정리 공사현장이 ICBM 기지가 맞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다리만 끊으면 무용지물인 미사일 기지? 이해 안 돼”

  • ▲ 美38노스가 2016년 4월 공개한 보고서에 있던 北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 ⓒ美38노스 화면캡쳐.
    ▲ 美38노스가 2016년 4월 공개한 보고서에 있던 北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 ⓒ美38노스 화면캡쳐.

    익명을 요구한 위성전문가는 회정리 공사현장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이 여러 개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헬리콥터 착륙장이 없다고 한다. ICBM 발사를 위한 기지라면 지휘부의 접근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 회정리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굴착 작업을 벌린 곳이 계곡 바로 앞이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차량이 겨우 다닐 수 있는 다리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다리만 없애면 회정리 공사현장 진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굴착현장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2개의 대피소는 계속 반대쪽에 있는데 이곳 또한 작은 다리를 2개 건너야 하는 등 현장까지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ICBM과 핵탄두를 보관하고,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로 발사 지점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이처럼 진출입이 어려운 지점에 미사일 기지를 짓는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한센 객원연구원 또한 이상한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회정리 굴착현장을 ICBM 기지로 가정할 경우 ICBM을 실은 차량이 터널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후진으로밖에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후진으로 나와야 하는 거리가 수 킬로미터에 달한다는 점이다. 만약 북한이 터널 내부를 넓게 만들어 내부에서 회전해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일반적인 이동식 차량 발사대 운영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센 객원연구원은 또한 “만약 북한이 회정리 터널에 핵탄두를 보관한다고 가정하면, 이곳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만 무너져도 꺼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회정리 굴착현장의 용도는 대체 뭘까. 美군사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회정리 굴착현장은 탄도미사일 기지로 이용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핵실험장으로 사용한다면 적절하다. 핵실험장은 일단 터널을 깊게 뚫고 들어갔던 장비들이 그대로 후진으로 나와도 문제가 없다. 또한 진출입로가 매우 한정돼 있다는 점은 역으로 감시와 경비가 용이하다는 뜻도 된다.

    북한이 지난 5월 외신과 한국 언론이 보는 가운데 파괴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에도 깊은 산속 계곡을 지나야 나오는 산 속에 터널을 뚫어 만들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관측소 또한 갱도와 적지 않게 떨어져 있다.

    한편 조셉 디트라니 前6자 회담 차석 대표는 “회정리 굴착현장이든 영저리 기지든 간에 지금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비핵과 과정에 대한 최종 합의와 진행 일정을 만들기 전까지는 이런 식의 보고서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