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은 '초선' 김종석, 나경원은 '친박' 정용기 러닝메이트로 낙점...유기준·김영우 '고심중'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그는 오는 11일 열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학용 원내대표 후보와 발을 맞춰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한다. 오른쪽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그는 오는 11일 열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학용 원내대표 후보와 발을 맞춰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한다. 오른쪽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는 11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각 후보자가 함께 선거에 출마할 정책위의장을 공개하는 등 선거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초·재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기존 전통적 계파개념에서 탈피한 행보를 보이는 후보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국당내 계파지형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학용 '초선 김종석' 러닝메이트로 낙점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9일 원내대표 선거를 함께 치를 러닝메이트로 김종석 의원(초선·비례대표)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도움 없이 당 자체 역량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해야하는데, 김종석 의원만 한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종석 의원 역시 "가치 중심의 정책정당·이념정당으로 한국당이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의 발표는 그간 정치권의 선례를 깨뜨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선수나 지역안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정책 능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비례대표이자 초선인 김종석 의원은 우파 정치권에서 확고한 '경제통'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경제학회 이사·한국 규제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등을 전부 역임한 바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근무한 터라 당내 사정에도 밝다.

    그동안 당내 권력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책위의장직은 원내대표와 발을 맞추는 '러닝메이트' 성격으로 선거를 치르는 탓에 3선후보가 주로 거론돼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직을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이 3선이고, 전임이었던 윤호중 전 정책위의장도 3선이었다. 3선 의원이 부재할 경우, 재선의원에 기회가 주어졌다.

    실제 김학용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면서 TK출신인 김상훈 의원에 정책위의장을 제안했는데, 김상훈 의원은 "정책위의장은 3선 의원이 맡아야 한다"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의원은 김종석 의원을 낙점하면서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일 카드를 얻었다는 평가다.

    나경원 의원은 '정용기' 카드… 낮은 선수+지역안배 노려

    나경원 의원도 이날 정책위의장 후보로 정용기 의원(재선·대전 대덕구)을 결정, 발표했다. 나 의원은 당선될 경우 자유한국당 내 최초 여성 원내대표가 된다. 나 의원은 "학문적·정책적 지식을 넘어서 정치적 함의와 민심의 이동을 읽어내고 정책 투쟁이 가능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며 "정 의원은 민자당 공채 1기 출신으로 제1야당 정책위의장에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정용기 의원 역시 "우파 재건의 가장 강력한 접착제는 신뢰이며 이는 투명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며 "의원 한 분 한 분 정책적 의지, 아이디어를 받드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재선인 정용기 의원은 충청권 후보인 만큼 충청권 의원들에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김종석 의원이 비례대표 출신이어서 아직 지역구가 없는데다 서울 출신이어서 경기도 안성 출신인 김학용 의원과 함께 수도권 후보라는 점을 파고든 셈이다.

    정용기 의원이 그간 친박계로 분류된 것도 나경원 의원에게는 고려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이 그간 줄곧 비박계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용기 의원과 호흡을 맞추면서 보수 통합의 메시지도 담았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파격적인 카드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내에서 높아진 초·재선 의원들의 위상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유한국당 의원실 보좌관은 "그간 자유한국당에서 치러진 당대표·원내대표 선거 등 굵직한 선거에서는 선거 초반 무계파를 외치가다도 정작 선거 막바지에 다다르면 단일화 등을 통해 계파에 기댄 구도가 표가 갈리는 양상이 반복되곤 했었다"며 "당내 초·재선 의원의 비율이 76%나 돼, 이를 감안한 선거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계파색이 옅은 선거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유기준·김영우 의원은 활로 모색중

    반면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4선 유기준 의원과 3선 김영우 의원은 현재까지 러닝메이트로 뛸 정책위의장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 역시 앞서 언급한 후보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으나, TK·충청 출신 의원들이 잇따라 고사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의원은 PK출신인데다 높은 선수에 따른 경험이, 김영우 의원은 3선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나이로 세대교체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아직 러닝메이트를 정하지 못한 두 후보가 '파급력' 있는 러닝메이트를 얻을 경우 원내대표 선거에서 새로운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