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진척된 상황 없다"...'노심초사' 靑, 분위기 바뀐 듯
  •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북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청와대는 서울 방문 가능성에 대비해 실무준비를 하고 있지만 북측의 연락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진척된 상황이 없고 발표할 것도 없다"며 "출근은 하지만 별다른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미 순방 직후부터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가정해 실무준비를 해왔다. 청와대는 그간 꾸준히 '북측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호텔이나 프레스센터, 혹은 동선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는 이유다.

    여유있던 靑, 초조함 생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에 충분한 메시지는 이미 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언제가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는 차원이지, 시점이 (이미) 맞춰져서 거기에 준비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고위관계자는 "시점이 언제다 예측하거나 못박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 언론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기다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프레스 센터도 지금 전혀 준비가 안 돼서 갑자기 온다는 결정이 이뤄지면 프레스센터 없이 치러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그것에 대해 (청와대는) 노심초사 하지 않는다. 담담히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예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때를 보면 며칠 전부터 내려와 의전 같은 (것에 대비해) 남측의 상황을 보고 갔다"며 "너무 노심초사, 오늘·내일 이렇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청와대의 언급은 김정은 방한에 대한 신중한 보도를 당부하는 언급으로, 그간 청와대 내 분위기와 달라진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한미정상회담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2일에도 고위관계자를 통해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자기가 얘기한 것은 꼭 약속을 지켰다"는 말도 했다. 이 모든 말은 '확약'만 없을 뿐 북한 김정은의 방한 자체는 낙관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날은 청와대가 먼저 '노심초사'라는 단어를 쓰면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방문을 부인하는 듯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김정은 당장 안와도 손해날 것 없다

    여기엔 청와대가 당장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김정은의 방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 상황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 기대감을 주는데다 여론을 환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지난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계속 하락세였다. 개선되지 않는 경제지표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순방을 떠난 사이 특별감찰반 비위행위 문제가 터져나와 골머리를 앓은 바도 있다.

    그런데 순방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방한 가능성이 타진되면서 모든 시선은 북한 김정은의 방한 여부에 쏠리는 상황이다. 야권 일각에서 청와대가 북한 반응을 즐기는 듯 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역시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유화책을 쓰고 있다는 점도 문재인 정부에겐 든든한 부분이다.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시각으로 6일 "2차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약속 지킬 기회"라면서도 "(북한 비핵화가) 성과를 거둔다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