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노년층 요양원 가면서 빈집 늘어, 15년 뒤엔 2000만채… 불편한 구조-세제가 문제"
  • ▲ 日후쿠오카 하카타 지역의 단독주택. 100여 평 대지에 40평 가까운 주택임에도 가격은 2200만 엔(한화 약 2억 2000만 원)이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더 비싸다. ⓒ日부동산 중개사이트 수모 캡쳐
    ▲ 日후쿠오카 하카타 지역의 단독주택. 100여 평 대지에 40평 가까운 주택임에도 가격은 2200만 엔(한화 약 2억 2000만 원)이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더 비싸다. ⓒ日부동산 중개사이트 수모 캡쳐
    일본 사회에서 고령층 급증으로 인해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7일 미국 <CNN>이 보도한 일본의 빈집 문제를 전했다. 소위 ‘아키야(空き家)’라 부르는 빈집이 지방 뿐만 아니라 도쿄도와 위성 도시에서도 급증세를 보여 문제라는 내용이다.

    일본 총무성이 5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은 2013년 말 기준 819만 6400채로 전체 주택의 13.5%나 된다고 한다. 도쿄도에서만 빈집이 11.1%에 달한다. 이는 서울의 빈집 비율 2.9%(2015년 말 기준)의 거의 네 배에 달한다. 노무라 연구소가 2017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런 추세로 빈집이 증가할 경우 2033년이 되면 전체 주택의 30.4%에 달하는 2166만 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2033년 전체 주택 30.4% 2166만 채 빈집 될 것

    일본에서 빈집이 증가하는 이유는 이미 웬만큼 밝혀졌다. 오래 전에 지은 집에 살던 노부부가 숨진 뒤 자녀들이 상속을 거부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노부부 또는 노인이 너무 나이가 들어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길 때에도 자녀들이 고향집을 외면하면서 빈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각 현·시 정부 별로 자체적으로 ‘빈집 은행 DB’를 만들어 주거할 사람을 유치하는 한편 대형 부동산 중개 사이트와 협력해 저렴한 가격으로 빈집을 매도 또는 임대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빈집대책 특별조치법이 시행된 뒤에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빈집이라고 해도 상속받을 사람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부라도 함부로 들어가거나 폐가를 허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자체 등이 실제 소유 관계를 확인한 뒤 정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문제도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부동산 세금이 토지와 건물에 따로 따로 매겨진다. 토지에 대한 세금은 거의 변하지 않고, 건물은 신축할 경우 세율이 높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철거 및 건축에 드는 비용도 낮은 편이 아니다.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보면 지방이라도 신축 건물은 평당 수백만 원의 건축비가 든다.
  • ▲ 도쿄도 중앙구의 토지면적 8.3평, 건물 면적 12평짜리 집의 가격은 5400만 엔(한화 약 5억 4000만 원)이다. 앞서 후쿠오카의 주택에 비해 면적은 10분의 1인데 가격은 2배 더 비싸다. ⓒ日부동산 중개사이트 수모 캡쳐.
    ▲ 도쿄도 중앙구의 토지면적 8.3평, 건물 면적 12평짜리 집의 가격은 5400만 엔(한화 약 5억 4000만 원)이다. 앞서 후쿠오카의 주택에 비해 면적은 10분의 1인데 가격은 2배 더 비싸다. ⓒ日부동산 중개사이트 수모 캡쳐.
    日빈집의 가장 큰 문제: 구식 구조, 교통과 편의시설 불편

    젊은 세대들의 생활 패턴 또한 예전과 다르다. 공동 주택이라도 전망이 좋고 환경이 편리하고 쾌적한 곳을 좋아한다. 때문에 과거처럼 단독주택(一戶住宅)이 아니라 아파트나 주상복합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40~50년 전에 지은, 구식 주택 구조를 선호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지자체나 부동산 업체가 30~40평대 빈집을 한국 돈으로 2000~3000만원에 팔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
    일본 사람들의 변치 않는 생활 패턴도 연관이 있다. 바로 전철 등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이다. 현재 ‘수모(SUUMO)’나 ‘엣홈(at Home)’과 같은 대형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빈집들은 면적이나 구조가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초등학교·중학교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도쿄도 47구나 요코하마 등 인근 대형도시, 오사카, 교토처럼 대중교통망이 잘 정비된 대도시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 웬만한 단독주택은 5억원을 넘어서고, 오다이바 쪽이나 유메노시마 마리나와 같은 곳의 고급 신축 아파트는 50평대가 150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100억원이 넘는 별장이나 고급 저택, 빌라 등도 있는데 이런 곳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된다. 수요는 꾸준히 있다.

    일본 정부, 빈집 해결 위해 외국인 인재 유치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 빈집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고급 인재 유치대책’과 ‘빈집 대책’을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무료는 아니겠지만 지자체가 주택 재건축비를 지원해주고, 외국의 고급 인재들을 입주시킨다면 빈집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아무래도 해안가 또는 산골의 외진 곳에 있는 빈집이 해당될 것이다. 바로 외국인들에게 별장 개념으로 임대 또는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 사회가 외국인에게 개방적이지 않다고 해도 일본인과는 매일 부대끼며 생활할 필요가 없는 곳, 도심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의 빈집이라면 외국인에게 팔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과 중국의 부동산 업자는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하다. 실제 일본에 별장처럼 집을 갖고 싶어하는 한국인이나 중국인들로부터 이윤을 얻기 위해 투기를 하려는 세력들이 몰려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