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5000억인데 "대학원 자녀 학비 달라" 요구… "고용 세습 물타기용 단체협상" 비판
  • ▲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뉴시스
    ▲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뉴시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사측에 '평양 지하철과의 교류', '지하철 무료 이용 중학생까지 확대', '임금 인상 대비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자 현재 노조는 '파업'을 목표로 조합원 투표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역할을 벗어난 요구인 동시에 회사의 재정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입수해 6일자로 보도한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평양 지하철과 교류 사업 추진' 등을 포함한 148가지 요구 조건을 사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노조가 요구한 조건들을 살펴보면, 서울과 평양 지하철 간 교류 사업 외에도 △지난해 대비 7.1%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지하철 무료 이용을 중학생까지 확대  △직원 전용 휴양소 건립  △직원 무료승차권 사용 구간을 수도권으로 확대  △대학원까지 자녀 학비 지원 등이 있다.

    지난해 교통공사 적자 5천억을 넘었는데...

    지난해 기준 교통공사는 52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적자 비중에서 '무임승차'의 비중은 과반을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임승차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지하철 중학생까지 무료이용'와 '직원 무료승차권 사용 구간 확대' 등은 근본적인 수익 구조에 대한 전제가 깔려있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5년 3454억원, 2016년 3306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지난해는 2000억원이 증가한 5253억원을 기록했다. 

    공사 측은 노조의 요구에 "적자 손실 보전이 안되고 있다. (노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파업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 공공성을 악용하고 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돼 있다. 공기업이 일반 정부 조직과 다른 이유"라며 "그러나 오늘 노조 행태는 수익에 대한 고민없이 오로지 공공성만을 내세워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는 공공성을 악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기업이라고 수지에 관계없는 것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수익성을 높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이 부분을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무임승차 확대 요구 왜... 국정조사 시선 돌리기?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기간 당시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에 둘러싸여 현재 국정조사가 결정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학생 무임승차론' 등의 요구가 나온 배경이 뭘까.

    김 교수는 "국정조사와 함께 비판적인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조 세습 논란을 가리기 위한 장치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인 무임승차'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면 무료 이용을 보장하고 있다.

    김행범 교수는 "노인들에게 무임승차하는 것이 언뜻보면 좋아보이지만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학생에 이어 나중에는 전국민을 무임승차시켜주자는 소리가 안나오겠나. 이건 세금으로 모든걸 다 하려고 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구호"라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역시 "노인 무임승차가 경영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노인들의 무임승차 연령 제한을 높이고, 단돈 500원이라도 임금을 받아 적자를 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젊은 청년이 본인 아버지의 신분증을 이용해 지하철 무임승차를 하는 상황도 직접 목격한 바 있다"며 "물론 지엽적인 부분이겠지만 이런 모럴헤저드가 횡행한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무임승차 관련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교통공사노조, '김정은 환영' 단체에도 참가해 논란

    이뿐만이 아니다. 교통공사는 최근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서울시민 환영위원회'에 참가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준공무원인 교통공사 노조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고 논란의 단체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이에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 조합원은 평양지하철 교류 요구와 관련, 7일 교통공사 노동조합 게시판에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도대체 노조가 왜 저런 주장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고 거센 비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동근 교수는 "노조는 정치집단이 아니다. 현행법 상 북한은 여전히 이적단체인데 이를 찬양하는 듯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왔는지 이는 국정조사와는 별개로 노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