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행정부·기업소 간부들 대상 집중 교육… 참석자들 "사회주의, 이제 간판 뿐인데"
  • 북한 간부들부터 사회주의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2년 4월 군중집회.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간부들부터 사회주의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2년 4월 군중집회.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대화 제의와 한국의 답방 제안을 계속 외면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최근 노동당과 행정부, 공장, 기업소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고 “사회주의를 고수한다”는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간부들은 ‘사회주의 고수’라는 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강연에 참석한 간부 가운데 일부는 ‘구태의연하다’며 사회주의 고수 방침에 회의감을 드러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11월 말 평안북도의 각 공장과 기업소에서 노동당, 행정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회주의는 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진행됐는데 내용은 국제정세가 급변할수록 수령의 혁명전통을 옹호·고수하고 계승·발전시켜 사회주의를 지키는 일선에 간부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강연자는 노동당의 주동적인 발기와 노력으로 지금 북한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었던 일이 일어나 국제환경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수령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하려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와 전략 전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연자는 간부들에게 “당 일꾼들은 자기 궤도에서 탈선하지 말고, 당 정책을 관철하는 기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北간부들 "했던 이야기 또 하냐" 시큰둥

    소식통은 “그러나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강연회 때 간부들은 새로운 것도 없는, 구태의연한 내용이라며 상당한 피로감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초강대국인 미국과 한국에 ‘최고존엄(김정은)’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주민들까지 다 알고 있는데 우리식 사회주의(주체사상)을 옹호하자는 선전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니 간부들이 회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평안북도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는 사회주의 간판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사회주의 정신으로 생활하는 간부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고위급 당 간부일수록 장사꾼들이 바치는 뇌물로 부정축재를 하며, 완전히 자본주의 생활 방식에 젖어 있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당 간부들을 비판했다.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당 선전선동부도 간부들의 실상을 잘 알고 있어 사상교육과 부정부패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 들어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은 혁명전통 교육 위주인데 그럴수록 노동당 수뇌부가 체제 유지에 불안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꼴이어서 간부들부터 먼저 자기 살길을 찾고 있다”고 평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 간부들부터 ‘사회주의 고수방침’에 회의적이다 보니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노동당 간부들은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고수’를 강조해야 하는데 본인부터 이를 믿지 않다보니 더 낮은 하급 간부들에게 주민 강연을 맡기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