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경서 '땅굴'… 북한 기술 사용된 듯

환풍, 전력, 통신선 갖춘 대형 땅굴 레바논 국경서 발견… 이스라엘 방위군 파괴 착수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05 18:36:03
▲ 레바논에 근거를 둔 테러조직 헤즈볼라 대원들. 최근 이스라엘 방위군은 헤즈볼라가 판 땅굴 파괴 작전에 돌입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국경 넘어까지 파고 들어온 헤즈볼라의 땅굴을 발견, 파괴 작업을 개시했다고 4일 ‘타임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레바논에서 우리 국경 남쪽으로 40미터 가량 뚫고 들어온 땅굴을 발견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고 한다. 영상 속 땅굴은 높이와 폭이 2미터 가량으로 완전한 환풍 시설과 전력공급장치, 통신선까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조사한 데 따르면 땅굴은 레바논 도시 ‘카프르 킬라’의 주택가에서 시작해 이스라엘 도시 메툴라 아래까지 뚫고 들어왔다고 한다. 발견한 땅굴 길이는 거의 200미터에 지하 25미터에 있었으며, 2014년 8월 테러조직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뚫었던 땅굴보다 더 크다고 한다. 2년 이상 굴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번에 레바논에서 들어오는 땅굴을 찾아낸 것은 마침 남부 국경 일대의 땅굴을 탐지·제거하는 ‘북쪽의 방패’ 작전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2018년 1월 땅굴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북쪽의 방패’ 작전은 이스라엘 북부 사령부와 군 정보국(AMAN), 전투공병단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 땅굴을 판 세력이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테러조직 ‘헤즈볼라’인 것으로 추정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내부로 은밀히 침투, 사회불안을 조성하려고 땅굴을 팠다는 설명이었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땅굴을 탐지·파괴하는 지역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휴전선으로 보는 블루 라인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로넨 마넬리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레바논 내에 있는 땅굴도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마넬리스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작전은 첫날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땅굴 무력화가 반드시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만 있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영토를 침공하려는 땅굴을 발견하면 그 근원지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스라엘 방위군 “하마스 건설 땅굴 1370여 개”

▲ 2014년 7월 이스라엘 방위군이 언론에 공개한 하마스 땅굴. 하마스가 이 땅굴을 뚫을 때 어린이들을 동원했다는 주장이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타임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번 땅굴 파괴 작전이 혹시 최근 경찰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비리 조사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방위군의 또 다른 대변인인 요나단 콘리커스 중령은 “이 작전(북쪽의 방패 작전)은 18개월 동안 계획을 만들었고, 경찰이 총리 조사를 시작한 것보다 이전인 몇 주 전부터 실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콘리커스 중령은 “우리가 분석한 데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 땅굴을 만드는 데는 건설 장비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콘리커스 중령은 “헤즈볼라 조직원 사이에서도 땅굴은 극비에 속하는 주제였다”며 이를 탐지하고 파괴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SNS에 ‘헤즈볼라가 뚫은 땅굴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군 당국은 ‘땅굴이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레바논과의 국경 사이에 헤즈볼라가 뚫어놓은 땅굴이 이번에 영상을 공개한 것 이외에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 10년 간 땅굴 1370개 뚫어
이스라엘이 땅굴 파괴에 전력을 집중하게 된 계기는 2014년 7월 테러조직 하마스와의 교전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 지구에 땅굴이 많다는 사실은 2006년 이미 알려져 있었다. 당시 정당으로 변신을 시도한 테러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 침투를 위해 수많은 땅굴을 만들어 놓았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하마스가 2007년 이후 이스라엘 침투를 위해 뚫은 땅굴은 1370여 개로, 소요된 비용은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 예산이면 이스라엘 내부 물가를 반영해도 종합병원 2개, 학교 20개를 지을 수 있는 거액이다. 2014년 7월 하마스 추종자들이 유대인 청소년들을 납치·살해한 사건 때문에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교전 당시 하마스 조직원들은 땅굴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침투하려다 경계 병력들에게 대부분 사살됐다. 이 일로 하마스의 땅굴이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됐고, 여기에 북한 기술이 들어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2012년 英이코노미스트의 중동 전문기자 ‘니콜라스 펠함’이 작성한 ‘가자 터널현상’이라는 기사도 새삼 주목을 끌었다. 펠함 기자의 글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땅굴을 뚫기 위해 어린이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땅굴 굴착에 동원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하루 16시간 넘게 중노동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 16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펠함 기자는 이 같은 사실을 하마스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어린이에 대한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 북한 기술 도입을 통해 땅굴을 만든 것이었다.

헤즈볼라도 북한 도움 얻어 땅굴 건설

▲ 이스라엘 방위군 제35공수여단 정찰대 대원들에게 땅굴전투교육을 받는 美해병 제2사단 장병들. ⓒ타임 오브 이스라엘 보도화면 캡쳐-이스라엘 방위군 배포.
이번에 발견된 땅굴의 배후 헤즈볼라 또한 북한과 관련이 깊다. 2010년 5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일본 방문 중 “2009년 12월 북한 무기를 싣고 가다 태국에서 붙잡힌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의 최종 목적지는 헤즈볼라와 하마스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당시 로버트 게이츠 美국방장관도 “북한이 이란, 미얀마와 함께 헤즈볼라에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美워싱턴 지방법원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사용한 로켓과 미사일, 이스라엘로 통하는 땅굴 건설 등에서 북한과 이란의 지원을 받은 게 맞다. 북한과 이란은 테러리스트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을 지원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2006년 헤즈볼라의 로켓탄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유가족이 2010년 7월 美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었다. 이 외에도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북한의 기술지원을 얻어 땅굴을 건설했다는 증언과 증거는 시쳇말로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과의 연대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북한으로부터 시작된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 땅굴 침투 위협을 막는데 다섯 배가 넘는 인구, 3배 이상의 GDP를 가진 한국과 협력한다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한국이 관심을 갖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해오던 대로 미국과 협력했다.

이스라엘, 땅굴 탐지 기술 개발해 미군에 전수

2018년 1월 14일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요아브 모르데차이 이스라엘 방위군 소장이 미국계 아랍위성방송 ‘알 후라’와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보도 했다. 모르데차이 소장은 당시 “우리 이스라엘의 천재들이 하마스가 만든 땅굴을 모두 찾아내 파괴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이언 돔이 이스라엘 영공을 철통같이 지키는 것처럼 이번에 개발한 땅굴탐지기술은 이스라엘 지하를 지키는 철우산이 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땅굴과 관련이 있는 이들에게 오직 죽음만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모르데차이 소장의 인터뷰를 소개한 뒤 “이스라엘 방위군은 2017년 10월 30일 작전에서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고 조직원 12명을 사살했고, 12월 10일에도 하마스 땅굴 하나를 파괴했다”면서 “이스라엘 방위군은 2017년 말부터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로 향하는 하마스 땅굴들을 공습으로 모두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지난 3월에는 美해병대에게 땅굴 전투기술을 전수했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지난 3월 13일 보도를 통해 “최근 실시된 미국-이스라엘 연합훈련에서 美해병대가 이스라엘 특수부대에게 ‘땅굴전투기술’을 배워 갔다”고 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美해병대 제2사단 제6연대 2대대 장병들이 이스라엘 제35공수여단 정찰대 대원들에게 시가전 기법을 비롯해 땅굴전투까지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 당시 땅굴전투기술을 습득했지만, 이후 군 자체를 경멸하는 문화가 팽배해지면서 관련 전술도 소멸했다. 美해병대는 40년 만에 이스라엘 특수부대에게 땅굴전투기술을 배운 것이었다.

‘원조 땅굴’도 아닌 것에도 이처럼 열심히 대응하는 이스라엘과 달리 한국 정부는 땅굴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