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서울 답방 문제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원론적 입장은 뭔가? 김진태 의원이 이에 대해 이념적으로 명쾌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나 이것은 자유한국당의 당론은 아니다. 수석대변인이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것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성의를 표시해야 국민이 환영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 이 문제에 대한 자유-보수 야당의 포괄적이고도 이념적인 입장을 충분히 드러낸 문건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이게 우리 정계에 그래도 하나 있다는 보수야당의 한심한 정신적 태세다. 이런 야당이 현 시국의 위급성에 대한 국민적 각성을 촉발하고 조직하고 지도하기를 기대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다)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 말에는 사방의 눈치나 살피는 기회주의 보수야당의 어정쩡함과 철학적 빈곤이 여실히 묻어나 있다.

     김정은 서울 입성(入城)에 대해 정정당당한 비판적 자세를 폈다가는 혹시 ‘수구반동’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러면서도 야당 체면에 차마 환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2중의 고충 사이에 끼어 곤혹스러워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못난 표정이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다.

     자유주의-보수주의 야당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1. “우리 당은 국민적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서울 답방을 ‘구명조끼“나 ’산소호흡기‘처럼 써먹으려는 정치적 노림수를 예의 간파하고 배척한다.

     2. 김정은 비핵화의지도 전혀 확인한 바 없다. 그로 인해 미-북 회담도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2월이면 미국의 새 의회가 구성되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견제를 할지도 알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남-북 관계는 미-북 관계 진척과 보조를 함께하는 것이 현명하지, 그보다 빨리 가는 것은 자칫 경솔한 행위가 될 수 있다.

     3. 현재의 남-북 관계는 김정은 정권과 한국 운동권 세력의 합작으로 가고 있다. 이는 남-과 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1 대 1의 상호성 있는 대좌(對坐)를 하는 방식과 달리, 휴전선 북쪽 극좌 전체주의 권력과 휴전선 남쪽 좌파권력의 제휴라는 지극히 치우친 방식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방식에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설 자리는 없고, 단지 궤멸과 숙청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상항에서 김정일 서울 답방은 대한민국 내부에 내전(內戰)을 방불할 극심한 분열과 격돌을 유발할 수 있다.

     4.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서울방문을 쌍수를 들어 환영해 달라”고 했지만,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은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충분하고도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은 무엇보다도 6. 25 남침, 1. 21 청와대 기습,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박왕자 씨 사살, 목함지뢰 사건, 국군포로, 전시납북자와 그 이후의 납북자들부터 사과하고 송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쌍수를 들어...‘ 운운은 메아리 없는 독백으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유한국당, 그대들은 명색이 보수야당이라면서 이 정도의 당론조차 수렴할 수 없는가? 그러려면 아예 좌익 헤게모니의 그늘 아래 사는 '우당(友黨)'적 존재임을 자인하길 바란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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