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3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공개… 北과의 '평화공존·공동번영'을 비전으로 내세워
  •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함께 손을 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함께 손을 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 동안의 대북전략을 “김정은 정권과의 평화공존·공동번영”으로 잡았다. 북한 주민 해방과 한반도 비핵화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모양새여서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일 ‘제3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은 남북한과 주변 국가가 호혜적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북한과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양대 비전으로 삼았다. 이 같은 골격 아래 정부는 3대 목표, 4대 전략, 5대 원칙, 중점추진과제 등을 제시했다.

    3대 목표는 “북핵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 정착”,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 공동체 구현”이다. 단어만 보면 이상하지 않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목표는 김정은 체제와의 공존과 이를 전제로 한 남북관계 개선을 말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노선을 채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통일국민협약’을 만들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기본협정’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남북기본협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때부터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남북협력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바꾸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4대 대북전략에 '단계적·포괄적 접근 통한 북핵 해결' 포함 
    남북관계 기본계획에 포함된 4대 대북전략은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의 병행”, “제도화를 통한 남북협력 지속성 확보”,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 기반 조성”이다. 이 가운데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통한 북핵 해결,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병행은 대북제재부터 먼저 해제하라는 中공산당이나 러시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 기반이라는 대목은 한국이 김정은 정권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측면이 더 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기본전략 “김정은 정권과의 공존·번영” 해석 가능

  • 지난 2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 지난 2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외교에 대해서만 질문을 받는다"고 말해놓고 "미국과의 갈등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그 질문의 근거가 뭐냐"고 반박하며 답변하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내놓은 5대 원칙은 “우리 주도의 한반도 문제 해결”,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 유지”, “상호 존중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 “국민과의 소통과 합의 중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정책 추진”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원칙은 ‘우리민족끼리’와 ‘자주국방·자력갱생’이라는 북한의 정치 구호를 연상케 한다. 또한 셋째와 다섯째 원칙은 북한이 협력하지 않음으로써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내용이다.

    "올해 안에 종전 선언" 중점 추진과제로 명시
    정부가 내세운 대북전략 중점 추진과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 “남북대화 정례화와 제도화를 통한 남북관계 재정립”, “남북 교류 활성화와 다양화” 등이다. 정부는 여기에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3자 또는 4자 회담을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목은 김정은 정권이 집착하는 것과 일치해 의문이 들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남북관계 기본계획에서 ‘통일’을 장기과제로 잡았다. 과거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대북전략을 담은 ‘남북 공동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 계획,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전략이 담긴 ‘한반도 평화적착과 통일기반 구축’ 계획에는 남북한 주민들을 위한 통일이 지상과제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통일 대신 북한과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다. 이런 정권과의 대화에는 상대성·비례성이 필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일’을 지상과제로 제시하지 않은 이유로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3NO’ 기조를 바탕으로 남북 간의 평화로운 공존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현재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한국 국민을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과의 ‘공존공영’을 모색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