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제 집중했지만 곳곳서 잡음…野 "북한에 매달리느라 국제 관계 넓게 못봐"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뉴질랜드에서 동포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뉴질랜드에서 동포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저녁, 5박 8일의 'G20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순방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김정은 서울 답방·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에 목소리를 냈지만 외교일정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순방 기간 내내 좋지 않은 모습들이 계속 관찰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연 내실있는 순방이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 순방 과정에서 靑은 북핵 문제 주로 거론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로 거론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3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 대통령이 G20 의제와 관련한 세계경제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역 및 세계경제적 기회에 대한 G20 정상 차원의 관심과 지지도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미·북 고위급회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 문제와 함께 미·북 정상회담서 논의될 비핵화 문제를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체코를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와 면담하고, 이후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마타멜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등과 연이어 만났다. 이후 뉴질랜드로 이동해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도 만났다. 이 과정 대부분에서 북핵 문제가 거론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해 한미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고,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프로세스에 아르헨티나가 지지를 보내 준 것에 마우리시오 마끄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는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에게는 "남아공은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비핵화 과정에 있는 북한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로 이끄는 데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조만간 열릴 북미 2차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키로 했다"며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북한제재위원회 의장국으로서 네덜란드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에게도 "한반도 정세, 지역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고 유익한 의견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북한 제재 계속'만 확인한 순방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많은 나라들은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아르헨티나 마끄리 대통령이 "앞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프로세스를) 절대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한 것 정도가 수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비쉬 체코 총리와 면담했지만,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간 탓에 만나지 못했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대신 서한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 방안이 곧 도출되어 항구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개선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체코는 이러한 과정에 적극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먼저 언급한 것이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 전에 회담의 '격식'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미국 측은 비공식적인 회담인 풀-어사이드(pull-aside)를 언급한 반면 우리 측에서는 이번 회담을 '양자회담'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배석자 없이 이뤄진 회담은 대북 제제 완화나 경협 이야기는 사실상 나오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간의 군사적 합의에 따른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재 완화라든지 (남북)경제협력이라든지 구체적 이야기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심지어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있는데, 시간이 지연돼서 우리의 면담을 다시 조정하든가 아니면 지금 5분 정도 하시는 건 어떤지요"라고 묻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재신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지켜 나가야 하고, 북한이 CVID를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평화를 유지하고 영구적으로 공동번영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재신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를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은 뉴질랜드가 2008년 이후부터 더 이상 원조하지 않았다"며 "인도적 관점에서 두가지 요청이 있었지만 (인도적 지원을 해주는 것 보다는) 비핵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野 "북한에 매달리느라 국제 관계 넓게 못봐"

    문재인 대통령은 5박 8일 간의 G20 순방 동안 유엔에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해외 정상들로부터 대북 문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두고 과연 확실한 실리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자리·경제지표 등 국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와 북한문제를 적극 견인하며 여론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외교는 상대적인 것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매달리느라 국제 관계를 넓게 보지 못하면 내실있는 순방이 되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