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해이' 외면하는 조국과 '문건 의혹' 덮은 우병우… 본인 경험과 현재 상황 오버랩
  •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뉴시스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정치 아니겠습니까"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당부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을 그만두고 초야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조응천 의원은 처음엔 그다지 정치에 입문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아내의 격한 반대까지 들었지만, 매일 찾아와 '삼고초려'를 거듭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이 같은 말을 듣고 결심이 섰다고 한다.

    이후 그는 경기 남양주시에 전략공천돼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다. 정치 혐오를 앓고 정계를 떠난 그를 박근혜 정권 '정윤회 문건 파동의 피해자'로 둔갑시켜 '청와대 저격수'로 이용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한 결과였다.

    '조국 지키기' 민주당에 던진 쓴소리

    하지만 그가 2년 반이 지난 현재, 역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비서관실 골프 논란 등 '기강 해이'의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연일 전방위적으로 '조국 지키기'에 몰두하는 와중에 여권으로서는 유일하게 나온 '소신 발언'이다.
      
    조응천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정수석에게 현명한 처신이 요구되는 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요 며칠 민정수석실 산하 여러 비서실에 대한 연이은 보도를 접할 때마다 당혹스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민정수석실 전체에 대한 신뢰와 권위의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의 시작과 끝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참모는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빠르고 더 무겁게 결과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이제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조 의원은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덜어드리는 게 비서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특히 이번 일은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훨씬 적절한 경우다"라고 주장하며 조국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2014년,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부하 직원 박관천 경정의 이른바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작성에 깊이 관여했다. 이후 박 경정과 함께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았지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비서관 자리를 물러났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하자"

    조응천 의원의 가장 큰 '적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검찰 특수통인 우병우 전 수석(당시 민정비서관)이 김기춘 실장의 총괄 아래 직접 특별감찰 등을 이끄는 방식으로 조 의원이 제기한 문건 파동 의혹을 진화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 입장으로서는 청와대 특별감찰의 도덕성·중립성이 훼손 받고 있는 현실이, 지난 과거 '국기문란사범'으로 몰렸던 자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가 현재 여권의 '조국 감싸기' 기조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해임을 요구한 것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던 문 대통령의 말을 공교롭게도 지킨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조국 수석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청와대 특감반 소속 김모씨가 최근 경찰을 찾아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공무원 뇌물 사건에 대한 진척 상황을 물어본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 자체 감찰을 받고 검찰로 복귀 조치된 일이다. 김모 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특감 반원들과 부적절한 골프 회동을 가졌다거나, 자신의 감찰 대상이 되는 정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승진 이동을 하려고 공개모집에 응한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조응천 의원으로서는 현재 야권의 집중 사퇴 요구를 받는 조국 수석을 보면서, 과거 야권의 비슷한 총공세를 받으면서도 자진 사퇴를 미루다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호되게 물러난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조국 수석 보면서 우병우 전 수석 떠올릴 것"

    조 의원은 3일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지켰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전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와 다른 의원들이 조 수석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나는 아무 상의 없이 내 생각을 얘기한 것이다. 그분들은 그분들 생각을 얘기하고 저는 제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며 "(조국 수석 사퇴를 요구한 기존의 입장이) 변할 것 같으면 (페이스북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의원총회 자신을 불러 자제를 주문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니다. 이 앞에서 만난 것"이라며 "전혀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고 일축했다.

    한편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실과는 뿌리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이명박 정부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역임하며 엘리트 법조인 코스를 밟았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까지 4개의 정권에서 요직을 맡은 경력이 있어, 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에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중용될 정도로 능력과 도덕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