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미국은 말 아끼는데, 文정부의 '北 대변'은 과잉… 북한과 협상 때는 말 아껴야
  • 청와대가 G20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을 이야기했다며 희망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G20 공식 의제인 2019 세계 경제, 난민, 환경 문제 보다는 북한 평화 이슈를 세계 곳곳에 퍼뜨리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UN의 제재는 확고부동하다. 미북 그리고 우리나라 3국으로 관심을 좁히더라도 비핵 협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과잉에 가깝다 할 정도이고, 심지어 북한 보다 북한 입장을 더 호소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사실 협상 중에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상대는 내 생각을 더 읽어낼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내가 한 말이 내 발목을 잡게 되는 만큼 피하는 것이 주요 원칙 중 하나이다. 반대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분석하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G20으로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미국의 입장은 ‘곧 미북회담을 하겠다’이고, 그나마도 우리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북한의 입장은 무엇인지 더 알 수 없다. 

    미국의 이익은 ‘미국 중심, 경제 우선’의 전략 하에 1차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 위협이 된 미사일 훈련 중단을 얻어낸 만큼 당장에 급박한 이익은 없어 보인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 기간을 늘리는 이익을 얻은 반면 경제적으로는 직접적인 UN의 대북제재 외에도 북한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조차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더욱 안좋아지게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경제 모두 혼란스러운 우리 국민들
    이에 비해 우리 국민들은 안보와 경제 모두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예를들면 내부적으로는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북한에는 민족화해라는 명분으로 과거잘못을 묻지 않고 있다. 일본에도 과거사에 대해 모든 국민이 납득할만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과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미래 통일 경제의 큰 이익 주장도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어려운 부분이고, 자칫 우리 기업들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순된 설득이 지속된다면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비율이 늘어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치는 무엇일까? 

    회담 중에도 '점진적 조치' 얻어내야
    협상학의 대가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Diamond) 교수는 회담 중이라도 상대에게 점진적인 조치를 얻어내라고 조언한다. 점진적 제안은 협상의 큰 주제가 답보상태라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되, 조그마한 것이라도 얻는 모습을 통해 상호 신뢰와 동력을 얻으라는 의미이다. 상대도 나중에 한꺼번에 들어줘야 하는 부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이 미군 유해반환이나 피납 미국인 귀환, 미사일 실험 중단 지속 등을 얻어가며 내부 동력을 유지하듯 우리도 15년째 UN과 함께 요구하고 있는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분야, 이산가족 상봉과 상시면회소 설치, 적어도 과거 북한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보상 요구가 일부라도 관철되어야 한다. 북한이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국가보안법 철폐나 작고 일상적인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우리 정부가 선의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北주민들의 입장 고려한 협상 돼야
    끝으로 우리가 협상 관계자중 간과하고 있는 일반 북한 주민의 입장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핵만 완성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불투명해진 북한 주민에게, 최근 남북이 공동으로 철도조사를 하기 위해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는, 남한 열차는 그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UN의 경제제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북한주민에게는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말이 많은 좋은 협상가는 없다’는 원칙은 협상이 내 뜻대로 잘안풀릴 때 오히려 말이 더 많아지며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간절한 내 속 마음만 더 드러내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큰 이슈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상대의 양보를 조금이라도 얻어내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