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는 다시 논의할 부분, 국민들 쌍수로 환영할 것이라 믿어"…국내 문제는 한사코 답변 피해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면서 기내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면서 기내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답방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용적인 면에서도 조금 더 알찬 내용들이 담길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다시 논의할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 논의 등 내용보다는 대화 분위기의 지속에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이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야당을 향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 "모든 국민들이 김정은 쌍수로 환영해줄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 "북미 정상회담이 70년 만에 이뤄진 엄청난 역사적 사변이듯이 북한 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서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인 메시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 또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 의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다시 논의할 부분이고, 우선은 그것을 떠나서 답방 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쓸 부분이 경호라든지 안전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경호나 안전의 보장을 위해 혹시라도 교통이라든지 국민들께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국민들께서 조금 양해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김정은의 조속한 서울 답방을 촉구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비핵화 논의 등 내용보다는 대화 분위기의 지속에 의미를 부여한 대목으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의 연내 답방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 또한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이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한 것"이라면서도 "북미회담이 열리지만 남북 정상회담 역시 이와 별개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만의 생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유동적이라 보시면 된다"고 한 바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 간 평화가 이뤄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이지 않느냐"며 "거기에 보수·진보 따로 있고 여당·야당이 따로 있겠느냐. 모든 국민들이 정말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상응조치, 반드시 제재 완화·해소 뜻하는 것 아냐"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작 비핵화의 '해법'에 대해서는 크게 진전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재 완화·축소의 조건에 대해 "협상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시점에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국 쪽의 참관이 이뤄지고 ▲영변 핵단지가 폐기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열거하면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20%가 될지 30%가 될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에 협상에 따라 상호간 판단하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지난 1년간 북한은 일체 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국제 언론 앞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똑같은 이야기를 제가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직접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했다"고 했다.

    나아가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로 주장하고 있는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의 완화 또는 제재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자면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한다거나 축소하는 것도 일종의 상응조치일 수가 있고, 또는 인도적인 지원을 한다든지, 또는 무슨 스포츠 교류라든지 예술단이 오고간다든지 이런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 것과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을 강조해서다.

    당시 관계자는 북한 측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처'에는 "그것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 생각한다"고 답했고, 이후에 기자들이 재차 묻자 "남북 간의 군사적 합의에 따른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제재 완화나 경협 등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 국내 문제 관련해선 답변 거부한 文대통령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의 수차례 질문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어떻게 약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며 "외교에 관해서는 무슨 문제든지 질문해 주시면 제가 아는 대로 답변 드리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한·미 관계나 남·북 관계에 대해 주로 질문했지만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2~3차례 질문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동안 특별감찰반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 내 기강해이 논란이 불거진 데다, 경제문제 역시 이번 주에 경제성장률 잠정치·11월 물가 상승률·10월 경상 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의 질문에도 "짧게라도 제가 질문을 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 외교문제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