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 계기 회담…美에선 '풀-어사이드', 한국에선 '양자회담'
  •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 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이 30일 오후 3시 15분부터 양자회담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며 "일단 개최 시간만 확정했고, 나머지 형식 등에서는 추가 협의 후 결론이 나면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6번째로,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배석자가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아, 회담의 '격'을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처음부터 G20 주요 의제였던 한·미 정상회담

    앞서 청와대는 지난 28일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 양국이 합의 했다고 발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시간 및 장소 등 구체적인 관련 사항을 이미 협의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항구적인 평화정착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한미동맹 강화와 관련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사항이 협의되면 발표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시각과 장소만 발표하고 참석 인원 등에 대해서는 다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장 합의된 부분만 바로 발표한 셈이다.

    ◆ 회담 격식 놓고 논란

    여기에는 미국 언론들의 잇단 보도와 함께 이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각으로 29일 〈AP통신〉은 "한국 및 터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면서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서 지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한·미 정상회담의 급작스러운 취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의 보도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각으로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및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면서, '풀-어사이드(pull-aside)'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터키와의 정상회담일정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풀-어사이드'(공식행사에서 정부 지도자, 관료, 외교관들이 하는 비공식 회의) 방식은 우리말로 치면 '약식회담' 이나 혹은 '(비공식)면담' 정도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풀-어사이드는 포멀(formal·격식을 차린, 공식적인)한 정상회담에서 여러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중요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필요할 때 잠깐 따로 이야기 하자 하고 자리에서 벗어나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런 걸 풀-어사이드라 한다"며 "포멀하지 않다는 의미로 인포멀(informal·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일상적인)하다는 표현도 쓴다"고 했다.

    여기까지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공식 정상회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공식 회담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다급히 정상회담의 시각과 장소를 공개해 '정상회담 취소 논란' 진화에 나선 배경이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미국 측이 저희에게 양자(회담으)로 제의해온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라며 "뉴질랜드도 국빈방문이라 현지 도착 시간을 마냥 늦출 수 없어 저희가 금요일을 선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토요일, 저희는 금요일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다시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결과적으로 여러 얘기가 흘러나왔던 셈"이라고 해명했다.

    ◆ 여전히 확실치 않은 '격'…뚜껑 열어봐야 알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후 "풀-어사이드가 아니라 양자회담이 열린다는 의미"라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통역 이외에 다른 배석자도 있느냐'고 묻자, 다른 관계자가 "추가 논의중이고 결정되면 공지한다"고 답했다. 실제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격' 문제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 이유다.

    격식을 갖춘 정상회담이라면 대개 양측 배석자가 여럿 배치된다. 지난 9월 24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우리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전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총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