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사상 최대… 최저임금 인상→ 알바 감소→ 소득 하락 '악순환'… 상위 20%는 소득 8% 늘어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2019년 최저임금 표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2019년 최저임금 표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3개 분기동안 소득 하위 20%(1분위 소득자)의 소득 감소폭은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그동안 소득 분위별 소득증가율은 발표됐으나, 분기별 소득증가율 순위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저임금 일자리 감소로 저소득층의 취업률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30일 본지가 민간 경제연구소 <파이터치연구원>에 의뢰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분기에 하위 20% 소득자의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8.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저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분기(-0.2%) 보다 낮은 수치다.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소득 감소율 2위는 2018년 2분기로 –7.6%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3위는 2018년 3분기 –7.0%다. 2018년 한 해 동안 3개 분기 연속으로 7%가 넘는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올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크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가구당 취업자가 줄어들고 근로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 5년간 전년 대비 매년 약 7% 인상됐지만 2018년에는 16.4% 인상돼 7580원이 됐다. 
  • ⓒ통계청, 파이터치연구원
    ▲ ⓒ통계청, 파이터치연구원
    실제 1분위의 소득 감소는 근로소득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8년 3분기 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22.6% 떨어졌다. 1분위 근로소득이 20% 넘게 줄어든 것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와 2분기에도 –13.3%, -15.9% 하락했다. 

    상위 20% 소득은 8.8%나 늘어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 저소득층 일자리 증가에 따른 소득 증가, 소비 증가, 성장 촉진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의 가구당 취업자는 지난해 3분기 0.83명에서 올해 0.69명으로 줄었다. 1분위 근로자 중 임시·일용직 비율은 50.5%다. 양질의 일자리인 사무직 비율이 지난해 8.2%에서 5.1%로 줄어든 점도 근로소득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도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5분위의 소득은 1분기 9.3%, 2분기 10.3% 등 1분위과 반대로 올해 내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양극화 지표인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5분위 배율)은 5.52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값이 클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된 2018년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컸다”며 “이는 현재 저소득층의 고용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라 원장은 또 “통계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자들이 받는 충격이 1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2분기와 3분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2018년부터 이런 통계가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