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연속 하락, 48.8%… 경제 악화, 이재명 갈등 등 내분으로 50%대 첫 붕괴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9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처음으로 50%대가 붕괴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현 여권으로 기울어져 있던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48.8%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업체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30%대로 동반 급락했다.
     
    문 대통령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3.2%포인트 하락했으며 부정평가는 3.3%포인트 오른 45.8%, 모름·무응답은 5.4%로 나타났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3.0%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9월 4주차 주간집계(지지율 65.3%)와 비교하면, 모든 지역, 연령, 이념 성향, 직군에서 큰 폭으로 내렸다. 지역별로 보면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광주·전라(70.5%·24.8%)에서 전 주에 비해 긍정평가가 8.3%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대전·세종·충청(45.6%·47.3%)에서는 7.7%포인트, 경기·인천(49.2%·46.3%)에서는 5.2%포인트 각각 내렸다. 부산·울산·경남(37.6%·57.1%)에서는 3.7%포인트 떨어졌다.

    직업별로는 주부(40.3%·54.2%)에서 10.0%포인트 내린 데 이어 자영업(36.7%·60.6%)에서는 4.6%포인트의 하락 폭을 보였다.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노동직(44.1%·47.2%)에서도 2.0%포인트 떨어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50대 장년층도 부정평가 우세로 돌아섰다.

    황태순 "감춰졌던 부분들이 드러나… 급락 조짐"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1년 6개월간 여러 하락 요인이 있었지만 남북평화 무드 때문에 가려져 있었다"며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현상'으로 표현되듯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죽겠다는 아우성 등으로 민심이 대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황태순 위원은 "이제는 사람들이 덤덤하게 바라보게 됐다. 미북관계도 잘 풀리는 것 같지도 않고, 우리 피부에 와닿는 먹고사는 취업 문제 등등을 보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외교·남북 문제를 갖고 만회해보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선 쉽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 감춰졌던 부분들이 확 드러나면서 급락할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 지지율에 비하면 취임 1년 반인 시점에서 40%대도 많이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초기부터 고공행진을 보였던 것은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이례적 현상이었고, 이제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과 같이 급락세는 더 가파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靑 지지율 만회 노린 '깜짝쇼' 가능성"

    그는 "자유한국당이 20%대 중반으로 회복세를 보인 것은 (중도층) 국민들이 여당이 원체 못하고 있으니까 야당한테 '견제 역할을 해보라'고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라며 "민주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이번에 급격히 좁아지는 모습을 보면, 아직 역전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에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지지율 만회를 위한 또 다른 '깜짝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리얼미터는 "이러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의 어려움"이라며 "고용,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일부 야당과 언론의 경제정책 실패 공세 역시 국정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경제지표 악화·여권 내 '이재명 갈등' 영향"

    리얼미터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지지층 이완은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직후 시작됐고, 여당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지지층 내부의 갈등이 커지면서 본격화됐다"며 "최근에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을 두고 지지층 간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중도층과 보수층 등 문 대통령을 약하게 지지하던 주변 지지층이 추가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한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일방통행과 고속도로에서의 마이웨이 과속으로 달리다가 사고를 낸 모양새와 다름이 없다"며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 악화에다가 내부 분열, 청와대 비서진 기강 해이, 더딘 개혁의 실현에 대한 실망감 등이 쌓여 무너져 내렸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 ▲ ⓒ리얼미터 제공
    ▲ ⓒ리얼미터 제공

    민주 37.6% > 한국 26.2%… 한국당 2년 만에 25%선 회복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1.6%포인트 내린 37.6%를 기록했다. 9주째 하락하며 작년 1월 4주차(34.5%)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6.2%로 5주째 상승했다. '최순실 태블릿PC' 사건 직전인 재작년 10월 3주차(29.6%) 이후 처음으로 25% 선을 넘은 결과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PK(부산, 경남)와 50대, 자영업에서 민주당을 제치며, 영남과 50대 이상, 보수층, 자영업에서 선두로 나섰다. 여권 지지율 하락의 특성인 '이·영·자', '호·충선(호남, 충청)'의 반사 이익이 그대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정의당은 0.6%포인트 내린 8.2%, 바른미래당은 0.1%포인트 하락한 5.9%, 민주평화당이 0.1%포인트 오른 2.6%로 집계됐다. 무당층은 1.9%포인트 감소한 16.5%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유선(20%)과 무선(80%) 전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7.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