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파트너에 쓴소리 할 '배드 캅' 없어… 청와대·통일부·외교부 역할 재정비 시급
  • 미북 핵협상에서 서로 힘겨루기가 한참이다.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빠르게 진행되길 마음은 우리나라도 같다. 우리의 입장이 협상에 반영되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중 북측 협상단에 대응할만한 우리 '선수단'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졌는가 하는 것이다.    

    리더·굿캅·배드캅의 역할 분담 중요
    협상팀은 그 크기에 따라 숫자가 차이가 있긴 해도 5명을 기준으로 회의를 이끄는 리더, 상대의 입장을 팀내에 반영하는 상대 입장에서 보면 굿캅(good cop), 상대에 악한 역할을 하는 배드캅(bad cop),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자, 처음 우리의 목적과 이해(interest)를 잊지 않고 주지시키는 조절자로 구성된다. 좀 더 단순화하면 리더, 굿캅과 배드캅 역할로 구분할 수 있다. 미북 핵협상에 적용해보면 일단 미북 양측은 모두 기본에 충실한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추진하는 리더라면 굿캅 역할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외교부 공식라인이 맡고 있다. 펜스부통령, 일부 보수진영 연구소 등이 배트캅 역할을 하며 북한주민 인권 문제까지 강하게 공격한다. 존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강경파 목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목소리에 따라 아예 발언을 하지 않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모양새로 리베로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통치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모양새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양상은 김정은 위원장은 리더, 김여정 부부장, 김영남 위원장 등은 대화의 장에서 미소 띈 역할을 하고, 리용호, 최선희 등 공식 외교라인은 미국과 한국에 때로는 망언을 쏟아내며 배드캅 역할을 한다. 

    '배드캅' 없는 우리 협상팀 문제 
    문제는 우리의 라인업이다.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을 평가를 들을 정도로 굿캅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전략적인 인내로 평가할지라도 국회의장부터 북한에 방문한 국회의원들 거의 전원, 공식 외교부장관이나 통일부 장관조차 강력한 항의는커녕 북한 담당자로부터 훈계를 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누가 배드캅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모두가 전략적인 인내자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뭔가 약점을 잡혔거나 간절해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더 막가파식 요구를 하게되거나,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그런 만큼 지금처럼 미북 양측이 서로 강력하게 신경전을 하고 있을 때 우리 팀을 재정비해 양측에 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보다 구체적으로 첫째 협상 구성원들의 역할을 재정립이 시급하다. 앞서 설명처럼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가 각각 리더, 굿캅, 배드캅 역할을 나눠서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외교부는 UN 등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제재 여론을 토대로 우리의 입장을 보다 객관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다. 

    미북 협상단에 대한 분석부터 다시 해야
    둘째, 각자 역할에 따라 상대 분석을 다시 하자. 미북 주요 참여자들의 변화된 목적과 수용 가능한 이해에 대한 양보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야기가 절대적이라고는 하나 이는 정부에 한정된 사안이고, 최근 성장한 일반 주민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방안도 현실적이다. 이미 5백만대가 보급된 통신, 활성화된 장마당, 핵개발 완성 이후 그 댓가를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점증하고 있다. 

    셋째, 우리 정부 입장에 공감하는 3자들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UN 제재 입장과 공조할 수 밖에 없는 정부들을 접촉하는데 머물지 말고, 유네스코, WFP 등 북한에 좀 더 접근이 자유로운 국제지원기구나 NGO를 끌어들여 우리의 이해와 입장을 미북 양측에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수 성향 씽크탱크들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끝으로 금강산에서 일어난 관광객 피격사건, 북한에 납치되어 사망한 미국인 웜비어 사건, 북에 억류돼 있다 풀려난 미국 시민권자 김동철 박사 건(件)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늘 있어왔던 점도 명심해야한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 휩쓸려 많은 남한 사람들이 방북하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는 기회와 위험이 포함된 위기요소이다. 새롭게 정비된 팀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사전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평화를 바라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협상팀의 보다 짜임새 있고, 전략적인 역할 수행 모습을 기대한다.
    /권신일 前 美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