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대북제재 해제와 남북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요지로 말한 데 이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우리의 (한미)동맹은 공고히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11월 27일자 조선닷컴 기사다.

       해리 해리스 대사가 어떤 수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한 위 발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경고로 들린다. 미국은 동맹을 구걸할 나라가 아니다. 일부는 말한다. 미국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웃기는 소리 작작했으면 한다. 한국의 미군기지가 설령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 해도 미국은 한국인들이 원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떠날 용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필리핀 정치인들이 ‘민족주의’라면서 미군철수 운운하자 미국은 피나투보 화산폭발을 구실로 클라크 기지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떠났다. 미군이 떠나자마자 필리핀 해역에는 중국해군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운동권은 때때로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 어쩌고 하지만 속셈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져 스스로 나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의 정나미가 떨어질 짓만 골라서 하는 수법을 쓸 수도 있다. “우리가 언제 나가라고 했나, 우리는 그저 자주적이고자 했을 뿐인데 자기들이 공연히 화를 내며 나간 것이지”라는 방식 말이다.

       이 방식은  이미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 이미 충분히 화가 나있는 상태다. 얼마 전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워싱턴에 갔을 때 어느 미국 싱크탱크 연구원은 미국 관료들이 한국의 자세에 무척 화를 내고 있다고 전하지 않았는가?

        바로 이거다. 미국이 열받아 “에잇 한국을 떠나겠다”며 보따리를 싸게끔 유도하는 수법. 형식적으로는 한-미 동맹을 끼고 가면서 실제로는 김정은과 ‘우리민족끼리’ 짝짜꿍으로 가는 것, 그래서 미국이 콧털을 뽑히다 뽑히다 못해 한-미 동맹을 끝내는 아작내는 선까지 유도하는 것.

       이 꿍꿍이속에 따라 지금 광화문 일대에선 반미꾼들이 연일 미국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는 화염병을 던져 차가 역주행을 하게도 만들었다. 한국 당국은 동맹국 국가원수에 대한 그런 행동을 바라만 보고 있었나? 정나미 떨어질 일이다.

       한국 자유민주 진영은 이 꼼수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그런 운동권에 저항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바라보고 인내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의 미국 친구는 망명자 드골 장군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대표하는 사실상의 주체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진영임을 미국은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 그 어떤 나라가 자존심을 훼손당하면서까지 동맹관계라는 허울에 매이려 할 것인가? 한국인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 가장 현명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미 동맹을 깨고 북-중-러에 흡수되고 난 다음 그 맛이 어떤지 한국인들은 꼭 봐야만 하겠는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피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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