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찬성→ 반대로 말 바꿔… 야당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비난
  •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구제 개편 요구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야3당의 압박에 더불어민주당은 받아들이기 난처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총선·대선 등을 통해 내놓은 선거제도 개혁 공약은 어디까지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내에서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실무 조직을 가동한다. 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에서 야3당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민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2015년 당시 민주당이 주장했던 내용의 진정한 의미는 살짝 빼놓고 말만 인용한 것으로서, 그 취지와 내용이 전혀 다르다"며 "민주당은 당초의 공약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무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손학규 대표는 전날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협치의 뜻을 새겨야 한다. 협치는 내 것을 주고 상대방의 협조를 얻는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 통과에 야당의 협조를 받으려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야당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3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참가자 200여명 규모의 선거제도개혁 관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정동영 "文대통령, 이해찬 불러 연동형 비례 설득해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27일 오전 YTN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평양에서 이해찬 대표와 소주를 한 잔했는데, 그때 '선거제도 바꾸면 우리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보지만 한국 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들어서 우리가 '평양 합의'라는 것을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 맞는다면 이해찬 대표를 불러서 역사를 보고 정치하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얼마 전 (민주당에서) 자당의 이야기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고 기존의 의견을 번복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각 당이 총 의석 수를 나눈 뒤, 배분된 의석 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제도. 민주당은 한때 이 제도에 찬성했으나 지금보다 의석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지금은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다수 법안과 정부 예산안 등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앞서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수당에)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겠다는 것이지 100% 연동형 비례제로 다 몰아주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시한이 5일 남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은 험로만 남을 전망이다.